Here/이탈리아 베네치아

아름답고 경건했던 베네치아의 숨은 보석, 산티 아포스톨리 성당

난짬뽕 2022. 8. 1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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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없는 베네치아의 새벽 풍경

새롭게 떠난 여행지에서의 시간이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내 마음속에 이미 그곳이 들어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 하루 만에, 베네치아가 편하게 다가왔다. 많은 관광객들로 번잡했던 베니스의 시가지가 이른 아침의 풀잎 이슬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 듯했다. 대신 그 자리에는 고요함과 맑은 상쾌함, 소소하지만 꾸밈없는 행복함이 거리마다 묻어났다. 

 

꼭 해야 할 무엇인가의 목적도 없는 느린 여행자에게 있어 베네치아는 하루하루, 매 시간마다 마주치는 사람들과 정경들이 마냥 특별하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한적한 골목 안의 작은 카페에서 마신 에스프레소 한 잔은 커피 그 이상의 맛이었다. 진한 맛과 향이 쓰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 만큼, 오히려 달콤하기까지 했다. 

 

노천카페에 앉아 무뚝뚝한 빗줄기를 벗 삼아 입안 가득 퍼지는 강한 존재감의 커피는 급할 것 없는 여행자의 작은 낭만이었다. 빗줄기가 굵어질수록 오롯이 나 자신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내리던 비가 가늘게 그쳐갈 즈음 레드썬에 빠졌던 사고가 깨어났다.

 

다시 모퉁이를 돌아 또 다른 골목길을 접어들던 나는 수줍게 빼꼼 열린 어느 문 사이를 훔쳐보게 되었다. 그 순간 오래된 건물 안에서 퍼져 나오는 강렬한 아름다움과 경건함에 꼼짝하지 못했다.  

이곳은 바로 산티 아포스톨리 성당(Chiesa di Santi Apostoli)이었다. 겉모습은 그저 흙갈색의 소박한 건물이었는데, 성당 안은 어느 미술관에 서있는 것 같은 호사가 느껴졌다.

 

1672년에 세운 이곳의 종탑은 거리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 쓰여 있었는데, 아쉽게도 산티 아포스톨리 성당의 외관은 따로 사진으로 담지 못했다. 

 

현재의 성당 모습은 벽면과 천장 모두 강렬하면서도 경건한 분위기의 벽화와 삽화로 이루어져 있었다. 

붉은 천으로 장식한 벽면의 기둥 부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산티 아포스톨리 성당의 한 벽면 기둥 부분이 붉은 천으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시선을 사로잡았다. 

종종 이곳에서는 결혼식도 치러진다고 한다.

베네치아에는 성 마르코의 유해가 안치된, 비잔틴 양식의 대표적인 성당인 산 마르코 대성당이 매우 유명하다. 또한 틴토레토의 '최후의 만찬'을 소장하고 있는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 역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그밖에 베네치아 최초의 프란체스코 수도회 성당인 산타 마리아 글로리오사 데이 프라리 성당과 흑사병에서 구원해달라는 기도 응답에 감사하기 위해 축성된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에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곳들에 비하면 산티 아포스톨리 성당은 작고도 소박한 곳이다. 그러나 나는 이곳에서 베네치아의 숨은 보석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름답고도 경건한 마음을 불러일으켰던 그 감동을,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 사진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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