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음악

지휘자 조익현, 홀로 서는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다

난짬뽕 2021. 1. 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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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나무플러스 예술총감독인 조익현 지휘자와의 인터뷰는 2015년 8월에 행복나무플러스 사무실에서 있었습니다. 조익현 지휘자를 만나기 며칠 전에 우연히도 아동복지시설 및 가정위탁 보호아동들의 안정적인 자립지원을 돕는 봉사활동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보호종결아동들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아동복지법에 따라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만 18세에 보호조치가 종결되어, 매년 2천여 명의 보호아동이 자립능력에 관계없이 자립생활에 직면하게 된다더군요. 아직은 누군가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되어야 할 아이들이 방도 얻기 힘든 턱 없는 금액의 지원금 몇 푼으로 그대로 거리에 나오게 된다는 사실에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심지어는 그 지원금을 뺏기 위해 자라면서 한 번도 연락조차 없었던 엄마가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여 정말 화가 났습니다. 조익현 지휘자를 뵙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부모로서의 마음가짐과 책임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나눔을 실천하는 음악,

홀로 서는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다

행복나무플러스 예술총감독, 지휘자 

조익현

 

 

음악의 본질은 듣고, 연주하고, 즐기는 것에만 머물지 않는다. 세상에 스며든 음악은 삶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용기와 사랑을 심어준다. 음악이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지휘자 조익현은 외롭게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내일을 향해 길을 열어가고 있다. 시설아동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행복나무플러스 예술총감독이자, 부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지휘자 조익현을 만나 그 뜻과 꿈을 나눈다.

글 엄익순 

 

 

음악을 통해 사랑을 꽃피우는 행복나무

2015년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요보호아동 수는 2008년 9,284명 이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매년 4천 명 이상의 아동이 부모가 아닌 사회의 보호체계로 편입되고 있다고 한다. 아동복지시설 및 가정위탁에서 보호 중인 아동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대학 진학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만 18세에 보호조치가 종결되어 자립을 해야 하는 상황. 지휘자 조익현은 이러한 아동보호시설 출신 대학생들의 홀로서기에 있어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있다. 

2007년 지인들과 함께 설립한 '비영리사단법인 행복나무플러스'는 국내외 음악인들이 재능을 통해 사회의 어려운 이웃, 특히 보육원이나 그룹홈 등의 시설 아동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뜻을 모아 설립되었다. 

사진 행복나무플러스

 

"어느 날 수원에 있는 보육원(사단 복지법인 꿈을 키우는 집)에 봉사를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을 보며 참으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아픔을 겪고 있는 어린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었죠. 음악을 통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용기와 꿈을 키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특히 자신들의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학업을 포기하지 않게 하기 위해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행복나무플러스 설립 해인 2007년에 오케스트라 반주로 된 합창 성가앨범 <행복나무>를 제작하여 수익금 전액을 시설의 대학 입학생 2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하였고, 2008년부터 '삶과 나눔'이라는 동일한 제목으로 지금까지 매년 뜻깊은 자선공연을 열고 있다. 연주회의 수익금과 개인 및 단체의 후원금으로 지금까지 아동보호시설 출신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는데, 2016년 상반기의 수혜자가 총 40명에 이르며 지급될 장학금 예상 총액은 5천9백만 원이라고 한다.

 

삶과 나눔, 보다 따뜻한 세상을 꿈꾸며

아동보호시설에 거주하는 대학 입학생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줘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장학사업에 이어 아동복지시설 지원을 통해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시설 지원사업과 음악을 통해 아동을 만나고 치유와 성장을 도모하는 음악교육까지 행복나무플러스의 음악적 행보는 보다 따뜻한 세상을 향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행복나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은 홀로 선 청소년을 돕고자 함에 같은 비전을 공유한 음악인들의 연주단체입니다. 단원들은 국내 최고의 연주자들로 구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를 돌아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재능기부 음악인들입니다. 특히 합창단은 실제로 행복나무를 통해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는 후원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봉사를 연주로만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성악이나 기악으로 시설아동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으며, 진정 몸과 마음으로 그들을 돌보고 길러내고자 하는 귀한 마음을 가진 단원들입니다."

 

부모로부터 상처를 받은 아이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사회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같은 마음을 모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끈을 만들고 싶었다. 그 해답은 바로 음악에 있었다. 공연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합창가족. 매주 토요일마다 모여 연습을 하며, 합창교육을 통해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화합하며 배려하는 법을 배워가면서 아이들은 점점 자존감을 회복해갔다. 2009년 소규모 아동보호시설인 그룹홈과 보육원 등에 거주하는 아동으로 구성된 행복나무소년소녀합창단이 이러한 취지에서 창단되었다.

 

조익현 지휘자는 행복나무가 시설아동 라이프타임 케어 시스템으로 정착되기를 소망한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시설에 입소해서부터 사회에 도움을 주는 구성원으로 성장하기까지 필요한 심리치료를 비롯하여 음악교육과 장학 혜택, 자립관 지원, 취업 연계, 결혼 상담 등에 이르기까지 성장과정에서 꼭 필요한 도움들을 단계적으로 제공하는 체계적인 과정을 행복나무가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행복나무의 연주회 제목은 언제나 '삶과 나눔의 콘서트'입니다. 삶은 나눌 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했던 조익현은 고교 시절 중창단을 결성하여 참가한 합창대회에서 1등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으로 연탄 1천 장을 구입하여 고아원에 기부하였으며, 미국 유학 시절에는 한인 학생들의 장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서울대 작곡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북텍사스주립대에서 합창지휘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졸업 때 전체 졸업생 중 1명에게 수여되는 총장상을 수상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국제무대에서 관객들을 감동시키는 세계적인 지휘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받던 그가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오직 고국에서 음악으로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귀국하고 나서 다행히 대여섯 군데의 학교에서 강의를 하기 시작, 일주일에 40시간이 넘는 수업을 맡으며 복되게 바쁜 나날들을 맞이했다.

 

"높이 오를수록 이웃을 돌아보는 마음이 한층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과 나눔에 대해 특히 음악을 통하여 함께할 수 있음에 저는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합창과 하모니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함께 진정한 화합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은 큰 가치가 있다고 여깁니다."

 

합창의 철학은 곧 배려

귀국 후 부천, 안양, 광주, 고양, 울산시립합창단과 부천시향 등을 객원 지휘하였고, 장신대 및 협성대 겸임교수를 역임하였고 서울대, 연세대,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교원대에 출강하였으며 현재 숙명여대와 수원대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는 지휘자 조익현은 부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로서 한국의 새로운 합창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오페라 합창에 있어서 풍부한 볼륨과 강력한 표현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부천시립합창단은 단원들의 뛰어난 역량을 통하여 깊이 있는 음악적 해석을 추구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는 무반주 합창의 묘미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사람의 목소리만큼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악기는 없으니까요. 합창단은 아무래도 지휘자의 색깔에 따라 조금씩 다른 색감을 나타내게 되는데요. 합창음악의 본질은 다름 아닌 '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상대방의 목소리에 경청하는 겸손한 마음이 필요하죠.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할 때 진정한 합창음악이 살아나고, 그 음악을 통하여 평온한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래서 그는 우리나라의 음악교육에 대한 안타까움이 적지 않다. 특히 학교 교육에서 합창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환경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 

 

"예술교육의 진정한 목적은 창의성을 키우는 데에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예술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것인지에 대해 아주 중요하게 여기고 있죠. 예술은 실제로 우리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상의 세계 속에 발을 딛고 있는 것과 같아요. 즉,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지요. 그 중심에 음악, 특히 합창 교육처럼 좋은 것은 없습니다. 합창과 같은 앙상블 교육은 남과 더불어 함께하는 배려를 가르쳐주기 때문이죠. 합창교육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성취감도 느끼고, 동시에 세상과 소통하며 사랑을 실천할 수도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음악 교육이 단순히 취미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그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되니 나중에 시간이 나면, 혹은 대학에 진학한 후에나 하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죠. 물론 학교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이고요. 실제로 개편된 학교 교육과정을 보면, 교육의 목표는 창의성을 키우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예술교육이 소홀하게 여겨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는 합창지휘자의 꿈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꼭 강조하는 말이 있다. 

 

"합창지휘는 음악이 펼쳐놓는 상상의 세계 속으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자 하는 노력. 합창의 특별한 철학은 곧 '배려'입니다."

 

지휘자 조익현의 음악은 언제나 삶과 그 '나눔'을 노래하고 있다. 홀로 서는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는 꿈과 사랑의 노래가 그의 지휘봉을 따라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물들여갈 것이다. 그 노랫소리를 따라 음악이 전하고자 하는 소중한 가치를 다시 한번 배우게 된다.

Vol. 109 SEPTEMBER 2016 Music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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