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에 들려오는 파도소리는 다른 계절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밀려오는 물결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가오지만, 어느 곳에서 무슨 이유로 아파했는지 진한 멍이 들어 있다. 그래서인지 겨울바다를 만나면, 우리들의 마음은 한층 겸손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언제든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너무 늦었다는 것, 내 경우는 너무 이르다는 것이지만, 그런 건 없다. 시간제한도 없고, 언제든 그만둘 수도 있다. 변해도 되고, 한결같아도 된다. 이런 일에 정해진 규칙은 없다. 최선이 될 수도, 최악이 될 수도 있다. 난 네가 최선이 되길 바란다. 놀라운 일들을 직접 보길 바란다. 삶의 어느 순간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거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힘이 있기를 바란다." _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중에서
우리 가족은 강원도의 파도 중에서도 특히 속초등대 앞에서 만나는 푸른 물결을 좋아한다. 이곳의 굵은 파도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들을 잠시동안 조용히 서서 귀 기울이게 된다. 그곳에서 듣게 되는 파도의 이야기는 때로는 응원의 한마디가 되기도 하고, 어느 날에는 따스한 위로가 될 때도 있다. 그래서 강원도에 갈 때마다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기분이 든다.
파도와의 재회와 더불어 또 한 친구를 만나러 간다. 속초 8경 중 제1경에 해당하는 속초등대이다.
속초등대는 속초시 영금정로 5길에 있으며 영랑호 바로 옆에 있다. 그래서 속초등대는 '영금정 속초등대전망대'라고 많이 알려져 있다. 시내에서 이곳으로 들어오는 길목마다 표지판이 많다. 그만큼 속초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탁 트인 바다에 푸른 파도소리, 오고 가는 배들의 뱃고동이며 갈매기 풍경이 동해의 진수가 무엇인지를 실감케 한다.
속초등대의 등탑은 백색원형의 콘크리트 구조로 그 조형미와 위엄이 특별하다. 등탑은 원래 38m의 절벽 위에 10m 높이로 모두 48m로 솟구쳤으나, 2006년 새로 만든 등탑은 높이 28m의 구조물로 해표면 66m 상공까지 치솟아 망망대해를 내려다보며 불빛을 45초에 4번씩 반짝이면서 36km 거리까지 비춰준다고 한다.
1953년 일본에서 제작하여 1957년 설립(초점등일 6월 8일) 당시부터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등명기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어 오래된 역사와 함께 보존가치가 높다. 렌즈는 무려 1m에 달하며, 추의 무게로 회전하는 방식인데 추의 무게가 230g이다. 시계추 역할을 하는 이 추가 한 번 내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7시간 정도. 예전에는 사람의 힘으로 이것을 돌렸다고 하니, 그 시절 등대관리원들의 노고에 그저 고개만 숙여질 따름이다.
등대 개방시간은 하절기, 동절기 모두 09:00~18:00까지이다. 올 겨울의 마무리도 우리 가족은 파도소리를 벗 삼아 한 겹 한 겹 정성을 다해 매듭을 지으려고 한다. 이제는 하나하나 곧 들려올 봄의 전령들을 맞이할 채비를 해야겠다.
베네치아의 랜드마크, 리알토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동화같은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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