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해나 소설집 <혼모노>, 세상의 그들 속에서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

혼모노
- 지은이: 성해나
- 초판 1쇄 발행: 2025년 3월 28일
- 펴낸곳: (주)창비
세상을 품은 소재들의 기록들
성해나 작가의 소설집 <혼모노>는 일곱 편의 단편들을 소개하고 있다. 소설집 제목인 혼모드를 비롯하여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스무드,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우호적 감정, 잉태기, 메탈 등의 작품들이다.
이 소설집에 소개된 단편들은 모두 한결같이 세상을 품은 소재들을 재료로 기록되고 있다. 우리 역사 속에서 마주한 불편한 진실과 지금 현재 피해 갈 수 없는 현장까지 모두 소설 속 이야기로 펼쳐놓았다.
눈에 띄는 것은 작품의 결말들인 것 같다. 성해나 작가는 철저하게 소설의 마지막을 독자 몫으로 남겼던 것. 그래서 각각의 작품들은 끝이 났으면서도 끝나지 않은 전개가 되었다. 그 끝을 마무리 짓는 것은 오롯이 독자 개개인의 생각과 판단에 의해 마침표를 찍게 될 것이다.

수록작품 발표지면
-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창작과비평> 2024년 봄호
- 스무드...... <현대문학> 2024년 10월호
- 혼모노...... <자음과모음> 2023년 가을호
-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애매한 사이>(읻다 2024)
- 우호적 감정...... <여덟 개의 빛>(은행나무 2022)
- 잉태기...... <릿터> 2023년 10/11월호
- 메탈...... <저는 MBTI 잘 몰라서~>(읻다 2023)
그들 속에서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
익숙해서 다 알 것 같지만 사실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다. 그래서 사실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 가운데 나는 '혼모노'와 '메탈'을 특히 재밌게 읽었다. '혼모노'는 장수할멈을 모시는 무당인 주인공이 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무당 신애기가 앞집에 이사를 오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자문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신 받은 지 삼십 년이 된 주인공에게는 더 이상 영험한 능력이 남아 있지 않다. 신령들이 다 떠나간 그는 진짜가 아닌 가짜 무당일까. 접신을 하지 못해도 무당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진짜 무당이 될까. 그런데 나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가짜인지 진짜인지 왜 꼭 증명해야 할까,라는. 있는 그대로 보아주고 받아들이면 안 되는 것일까, 하는.
가짜도 진짜도 그냥 다 같이 살아가면 안 될까. 사회적 잣대로 인해 가짜가 진짜의 모습으로 보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상식의 선을 넘고 반칙을 하며 끝없이 속이고 속이는 행동들을 반복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진짜도 가짜도 그 외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흉내 내지 않고 살아가는 진실이 중요하고 그러한 진정성이 바로 서야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메탈'은 청소년기 밴드를 꾸린 세 친구의 이야기이다. 음악으로 청소년기를 함께 했던 그들이 청년기를 맞이하면서 서로 다른 이유로 겪는 혼란과 갈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친했던 세 친구는 각자의 길을 가게 되는데, '잘 사는 삶'이라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작품이 좋았던 것은, 한때 내가 즐겨 들었던 람슈타인에 대한 이야기로 소설이 시작된 것도 그 이유일 것 같다.
성해나 작가의 소설집 <혼모노>는 문장이 쉽게 읽힌다. 나도 한자리에 앉아 일어나지 않고 뚝딱 읽었다. 혼모노의 뜻처럼, 표지 이미지가 이 책의 내용을 대변하는 듯하다.
작가 성해나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이 있다. 2024년 '혼모노'로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과 젊은작가상을, 2025년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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