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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딩 포레스터, 차별과 편견 그리고 트라우마와 우정

난짬뽕 2021. 11. 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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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그리고 트라우마와 우정

파인딩 포레스터

 

 

창문을 통해 망원경으로 바깥세상을 바라보는 은둔 작가와 재능이 있지만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미래에 대한 꿈조차 꾸지 않는 소년과의 따뜻한 우정이 은은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는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 그리고 그로 인해 겪게 되는 트라우마와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을 그리고 있다. 

 

 

  • 개봉 : 2001년 
  • 감독 : 구스 밴 샌트
  • 각본 : 마이크 리치
  • 주연 : 숀 코너리(윌리암 포레스터 역), 롭 브라운(자말 월레스 역)

 

 

뉴욕의 빈민가 브롱스에 살고 있는 자말은 공부도 잘하고, 농구에도 소질이 있는 열여섯 살의 흑인 소년이다. 그러나 힘들게 가정을 꾸려가는 엄마와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에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야구장 관리일을 하는 형을 생각하며 자신 또한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다양한 책을 읽고 수첩에 꼬박꼬박 기록하는 자말은, 사람을 죽여서 유령처럼 산다는 흉흉한 얘기까지 들리는 창문 씨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의 집을 무단침입 했다가, 많은 고전책들이 꽂혀 있는 책장에 매료되어 구경을 하다가 갑자기 들키는 바람에 자신의 가방을 놓고 나온다. 

 

며칠 후 작가는 늘 바깥세상을 바라보던 그 창문을 통해 소년의 가방을 돌려주는데, 자말의 메모가 적혀 있던 노트에는 문장마다 빼곡히 빨간 글씨로 '특이함, 내용은 읽은 만하나 가치 없음, 읽을 가치가 없음, 꽉 막힘' 등등의 표현으로 온통 체크되어 있었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
그렇게 그들의 우정은 시작된다

 

그 메모를 본 자말은 작가를 찾아가 자신이 쓴 것들을 봐줄 수 있냐는 질문을 하고, 작가는 자신이 낸 주제에 대한 글을 5천자 분량으로 써오라고 하면서 이들의 만남은 시작된다. 

 

 

글을 쓰는 거야.
자판을 누르기만 하면 돼.
생각은 나중에
우선 가슴으로 초안을 쓰고
머리로 다시 쓰는 거야.
그냥 쓰는 거야.
생각하지 말고. 



숀 코너리가 연기한 노작가는 수십 년 전에 출간한 책이 아직까지도 베스트셀러로 읽히고 있는 유명한 작가였다. 그는 자말의 습작 노트를 보고 어린 소년이 무엇을 원하고 혼란스러워 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린다. 그러고 보면 한마디 문장이 천마디 말보다 더 강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 같다. 

 

자신의 글쓰기를 봐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자신과 가족, 그리고 자신이 왜 단 한 권의 책만 출간했는지에 관한 이유를 묻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그 둘의 만남은 지속된다. 

 

내적 갈등을 겪는 어린 소년에게 유명한 작가가 조언한 글쓰기의 처음은, 그냥 무조건 쓰라는 것이었다. 왠지 이 말은 티스토리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티친들께서 종종 들려주시는 말씀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 역시 효율적인 티스토리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그냥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 말은 꼭 글쓰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어떤 상황에 빠져 있는지 '고민을 위한 고민'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무엇이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자기와 농구공 사이에서
트라우마가 치유되고 있었다

 

수업태도도 좋고, 성적도 뛰어나고, 농구코트에서의 재능도 있는 자말에게 맨해튼의 명문 사립학교에서 농구특기 장학생으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을 때, 낯선 세계에 대한 두려움에 빠진 어린 친구에게 작가는 다시 한 번 용기를 심어준다. 

 

 

왜?
넌 왜 모든 문제를 흑백논리로 가르니?

 

결국 미래에 대한 도전을 해나가기로 마음먹은 자말이 사립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좋은 여자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책을 좋아하는 소녀를 위해  작가는 자신의 책에 사인까지 해서 소년에게 건넨다. 

 

 

여자의 마음을 열려면,
생각지 못한 때에
생각지 못한 선물을 하는 거다.



이 영화는 자극적인 장면은 없지만, 단 한 사람의 괴팍한 인물이 등장한다. 전학간 사립학교의 로버트 그로포트 선생이 바로 그 사람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어떻게 저런 편견과 차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말에게 언어폭력을 던진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보여도, 그저 이득만을 취하려 온 흑인으로만 자말을 대하고 그를 학교에서 쫓아내려고까지 한다. 

 

 

한때 나는 꿈꾸는 걸 포기했었다. 
실패가 두려워서, 심지어는 성공이 두려워서.
네가 꿈을 버리지 않는 아이인 걸 알았을 때, 
나 또한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지.
인생의 겨울에 와서야 삶을 알게 되었구나.
네가 없었다면 영영 몰랐을 거다.

 

 

'먼저 간 자들의 죽음이 남은 자들의 고통을 덜어주지는 않는다'고 말하는 작가가 왜 은둔생활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남들의 잘못된 시선 속에 갇혀 있던 소년이 어떻게 자신의 꿈을 향해 헤쳐나가는지 궁금하다면 한번 이 영화를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실패할 거를 두려워 하여
성공과 멀어진다.

이제부터
모든 결정은 너에게 달렸다.



결코 강렬하지는 않지만,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는 영화이다. 나 역시 이 영화를 지금까지 가끔씩 몇 번을 본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 작가의 법률고문으로 등장하는 변호사 역의 맷 데이먼을 만나는 것은 보너스이다. 노인이 소년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 역시 작가답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최고의 순간이 언제인 줄 아니?"

 

초안을 끝내고 혼자 읽어 볼 때라고 작가는 덧붙인다. 그는 자신만의 단어를 느끼기 시작하면 글을 쓰는 거라고도 말한다. 표출되어 있는 차별과 편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들 마음 속에 내재되어 또 다른 모습으로 형상화되는 트라우마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자신안의 트라우마와도 친해지고, 차별과 편견을 뛰어넘는 또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도 우정을 쌓아보면 참 좋겠다.

 

노인과 십대 소년, 유명 작가와 빈민가 흑인 등 그들을 구분짓는 이분법은 생각보다 끝이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이유 역시 생각보다 많이 손을 꼽을 수 있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 아닐까 싶다. 

 

 

글은 나 자신과의 투쟁이다, 김영하

 

글은 나 자신과의 투쟁이다, 김영하

어느 시대에나 있어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은 곧 인식의 낯섦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접근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는 무비판적인 거부의사와 더불어 어느 정도의 공존을 허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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