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펼쳐지는 베네치아에서의 첫날, 길에서 길을 잃다

난짬뽕 2022. 7. 30.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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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비엔날레의 무료 전시가 열리던 곳

당대의 많은 사람들이 예술과 삶을 논했던 베네치아는 곳곳이 그대로 예술작품이었다. 이곳에서는 길을 걸으면서도 누구나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되었다.



내가 베네치아에 도착한 6월 8일, 선착장에 발을 디디는 그 순간에 비로소 이곳 베네치아에서 비엔날레(La Biennale di Venezia)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1895년 '제1회 베니스시 국제미술전'을 시작으로 2년마다 열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올해로 59회를 맞이하였다.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2022년 4월 23일~11월 27일

 

원래 베니스 비엔날레는 홀수 해에 미술전이, 짝수 해에는 건축전이 번갈아 개최되고 있다. 미술전은 작년 2021년에 열렸어야 했는데, 팬데믹으로 인해 3년 만인 올해 개최되었다.

무료 전시관 그 자체가 예술이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미술전은 크게 총감독이 직접 기획한 본전시와 국가관 전시로 진행된다. 이번 본전시에는 58개국 213명의 작가가 초청되었고, 국가관 전시에는 81개국이 참여했다고 한다.



'미술계의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며 세계 최대 최고 권위의 미술 축제로 인정받고 있는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지난 4월 20일 사전 공개를 시작으로, 4월 23일부터 11월 27일까지 7개월간의 미술 축제를 펼치게 된다.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휘트니 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와 함께 세계 3대 비엔날레 중 하나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 행사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황금사자상은 미국의 시몬리와 영국의 소니아 보이스에게 영광이 돌아갔다. 이들 두 작가는 비엔날레 역사상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흑인 여성이 되었다.

인간과 자연, 생명에 관한 영상 전시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의 주제는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s)'이다. 초현실주의 여성화가이자 작가인 레어노라 캐링턴(Leonora Carrington)의 동화에서 제목을 가져왔다고 한다.



베니스 비엔날레를 찾은 많은 관람객들이 본전시 장소인 자르디니(Giardini)와 아르세날레(Arsenale) 구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겠지만, 나는 특정한 작가와 전시를 염두에 두지 않고 보이는 전시관이 있으면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베네치아에서는 길을 걷다가 잠시 멈추면 그곳이 바로 전시관이었으며, 무심코 들어간 작은 건물 안에서도 예술은 숨 쉬고 있었다.

무료전시가 열리던 곳

산 마르코 광장에서도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작품들. 유명한 유료 전시들도 많지만, 베네치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무료 전시들도 많아 볼거리가 풍성하다.

거리에서 판매되고 있는 베네치아 풍경의 그림들

골목길 사이사이에도 작은 전시장들이 많았다. 기념품들을 많이 팔고 있는 선착장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묵었던 숙소와 가까이에 있어, 이틀 연거푸 들렀던 전시장. 작가가 무척이나 친절했다.

사실 내가 골목을 누비고 또 누볐던 것은 바로 이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주소가 6301인데, 골목을 돌아 빠져나와도 결국 이곳을 찾지는 못했다.



골목을 따라 걷고 다시 걸었지만, 막상 코너를 돌고 나면 앞이 막혀 있는 막다른 골목이었다. 가장 먼저 가보고 싶었지만, 결국 베네치아에서의 첫날은 이 전시를 만나지 못했다.

너무 무서웠던 어느 전시장의 후문

어느 전시장에 들어갔는데, 건물 자체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압도당했다. 좁은 계단을 오르고, 캄캄한 내실에서 작품이 전시되는 동안 알 수 없는 무서움이 다가왔다.



하나의 주제가 끝나면 다시 계단을 돌아 또 다른 공간에 이르렀는데, 그곳 역시 놀이동산의 귀신의 방에 들어가는 듯한 공포가 느껴졌다. 하필이면 관람객이 한 명도 없어 가슴이 콩콩 뛰었다.

 

결국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되돌아가고 싶었는데, 빛 한 점 없는 캄캄한 전시장이어서 나갈 방향조차 찾지 못했다. 핸드폰을 켜 겨우 전시장 밖으로 나왔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계단을 3층 정도나 내려와서야 안내원을 만날 수 있었고, 입구와 다른 출입문을 알려주었다.

전시장 후문 우물 옆에 있었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손을 씻었다

여러 전시장을 둘러본 후, 급 피로감이 밀려왔다. 사실 베네치아에 도착한 아침부터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둘러본 것은 내일의 날씨 예보 때문이었다.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베네치아를 둘러볼 시간은 오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모자를 쓰지 않으면 머리카락이 다 타버릴 듯했고, 선글라스를 벗으면 내 눈이 상처를 입을 것만 같았던 베네치아에서의 첫날. 일단 예약해 놓은 숙소에서 잠시 쉬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나는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했다. 일반 가정집 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예약한, 파울로의 집이다.

숙소로 향하는 골목길
숙소 입구

내 숙소 현관의 장식들. 좀 멋스러운 걸. ㅎ

예약한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현관을 들어서자, 주인인 파울로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마침 내가 오기 전에 다시 한번 에어컨 점검까지 해놓았다고 한다. 열쇠를 받아 2층에 위치한 방으로 들어가니, 전자 모기향 매트까지 꽂혀 있었다. 와이파이도 잘 되고. ㅎㅎ

부엌의 상부장에는 커피와 다양한 종류의 차가 가득 놓여 있었다. 올리브 오일까지.

방은 깨끗하고, 침구 역시 좋았다. 벽면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의 액자로 분위기를 더했다.

가장 멋스러웠던 것은 바로 천장. 우리 한옥의 서까래 같은 분위기가 들었다.

욕실도 무척이나 깔끔해서 한층 좋았다. 향기로운 디퓨저도 놓여 있었다.

베네치아에서 숙박시설을 떠날 때에는 시티 텍스, 바로 도시 체류 세금을 내야 한다. 나는 다음날 아침, 식탁 위에 열쇠와 함께 현금으로 4유로를 함께 올려놓았다.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베네치아에서의 첫날, 한 가지 마음에 걸렸던 일을 하기 위해서 일찍 하루를 시작했다. 창문을 열어 보니, 일기예보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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