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벽에 반사된 고독한 질주 이상 28년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그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나의 회상은 멈추어져 있다. 스스로를 직시하고자 하는 허울만으로의 진실조차도, 더욱이 세상을 이탈하고자 하는 작은 고민마저 망각된 채 현실과 타협하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 살아 있는 나의 죽음, 그 안에서 침묵하고 있는 이상의 모습이 어렴풋히 스쳐 지나간다. 1937년 4월 17일. "레몬 향기가 맡고 싶소"라는 유언을 남긴 채 사라져 간 이상. 그는 현실과 이혼하지는 못했지만, 결혼 또한 이루어져 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동거의 흔적은 조금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나 역사는 누구에게나 반보의 낯섦만을 허용할 뿐, 한 발의 도전은 가감 없이 매도해 버리기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그러한 이유에서였을까. 살아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