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버스인 바포레토(Vaporetto)를 타러 가기 전에 일찌감치 저녁을 먹어야 했다. 청동 코를 가진 조각상을 설명해주신 아저씨께 "이 동네는 참 조용하다."는 말씀을 드리자, 이 구역이 바로 게토라고 알려주셨다. '게토(ghetto)'는 예전에 유대인들이 모여 살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은 거주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과거 베네치아 정부는 유대인들이 청동 주물공장 근처에만 거주하게 했는데, 바로 오늘 내가 걸었던 이곳이었다. 명목상으로는 유대인들을 보호한다는 취지였으나, 그 숨은 뜻은 유대인들을 감시하고 함부로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한 것이었다. 오직 3개의 다리를 통해서만 외부로 나갈 수 있다고 했는데, 내가 건너온 다리가 그중의 하나였나 보다. 베네치아의 또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이곳에서 작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