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화된 이상화와 객관 현실과의 규정력 조정래 장편소설 중에서 역사적 구체성과 시대적 필연성을 중시하는 하위 장르는 역사소설이다. 장편소설이 대상의 총체성 확보를 지향한다면 역사적 진실을 그리지 않을 수 없으며, 아직 어느 것이 시대의 본질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동시대보다는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과거사를 대상으로 택했을 때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물론 우리가 몸담고 살고 있는 현재에 대한 재검토를 통하여 오늘의 '출구 없는 시대' 정세를 되짚어볼 수 있다는 데서도 역사소설의 현재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을 읽을 때, 나는 처음 그 명성에 비해 저으기 실망한 적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이 작품이 흥미롭게 읽히는 반면 기대했던 역사적으로서의 명분, 곧 전형성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