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이 타는 가을강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겠네. 박재삼 1933년 도쿄에서 태어난 박재삼은 경남 삼천포에서 자랐다. 고려대학교 국문과를 중퇴했고, 1953년 시 '강물에서'(모윤숙에 의해 에 추천), 1955년 시 '정적'(서정주에 의해 에 추천), 같은 해 시조 '섭리'(유치환에 의해 에 추천)로 등단했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