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살의 비상(飛上) 스턴트우먼 홍남희 무표정한 눈동자가 온몸을 흥건히 젖힌 땀방울을 밀쳐내며 꿈을 꾸고 있었다. 더 높이 조금 더 멀리 세상을 향해 날개를 퍼덕이며 창공을 향해 날아오르는 젊은 열기. 도전이라는 이름 아래 스물두 살의 스턴트우먼 홍남희를 만났던 것은 2004년 크리스마스 무렵이었다. "OK! 바로 그거야!" 실오라기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 속에서 들려온 연출자의 한마디에 모든 스텝들의 숨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모두들 다음 촬영을 위해 장비를 챙기고 대본을 보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지만, 방금 건물 2층 높이에서 뛰어내린 젊은 스턴트우먼은 미동도 없이 고개만 푹 숙인 채 그대로 서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낮은 곳에서의 낙법조차 망설이게 만드는, 남몰래 숨겨온 고소공포증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