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의 순례자 피아니스트 백건우 굳이 지휘자의 움직임을 주시하지 않더라도, 마치 쾌종 시계의 시계추처럼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맞춰 때로는 잔잔한 미풍이 되어 그러나 한순간에는 매서운 파도처럼 강렬해지는 어느 피아니스트의 숨 막히는 열정 속에서 그날의 지휘를 그려볼 수 있었다. 나지막이 연주되는 바순과 현의 서주가 피아노 솔로를 유도하며 시작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 고조를 더하는 꾸준한 상승곡선이 절정에 이를 즈음, 선이 굵고 펼친 화성의 음형을 띠는 그리고 라흐마니노프가 개인적으로 선호했던 가볍고 경쾌한 두 종류의 카덴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그것의 선택은 절대적으로 연주자의 자유에 맡겨졌으며, 처연한 멜로디의 오보에 독주로 막을 올리는 제2악장과 매우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피아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