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영국 런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무료 야외 콘서트가 눈앞에!

난짬뽕 2022. 6. 19.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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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맞이하는 첫 토요일, 집에만 있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코벤트 가든 주변을 구경하고, 플랫 아이언에서 식사를 하고, 주말에는 꼭 가고 싶었던 내셔널 갤러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트라팔가 광장에는 평소에도 사람들이 많긴 했지만, 오늘따라 더욱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특히 광장 주변으로 펜스가 쳐지고,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안전을 유도하는 진행 요원들도 곳곳에 배치되어 사람들을 안내했다. 

 

"어, 오늘 무슨 일이지?"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공연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었다. 

펜스 주위의 진행 요원들

BMW 클래식. 그것도 런던 중심부에서 열리는 무료 야외 콘서트였다. 더욱 반가웠던 것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것.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그렇지 않아도 출장 일정이 잡혔을 때 런던에서 음악회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시간적인 여유가 여의치 못해 따로 예약은 하지 못해, 조금의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우연히,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와 부딪히다니~~ 

 

이것은 내가 지난 평일에 1박 2일의 예기치 못한 휴가를 얻어 베네치아에 다녀온 것에 이은 두 번째 행운, 바로 그것이었다. 

트라팔가 광장

공연은 오후 5시에 예정되어 있었고, 입장은 3시 45분부터 가능했다. 유리병에 담긴 음료를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입구 지점에서 제공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주전자에 따르라는 요청이 있었다. 앉을 쿠션이 필요한 경우에는 2.50 파운더에 대여가 가능했다. 

 

나는 가방에 큰 숄을 갖고 다녀서, 그것을 깔고 자리에 앉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돗자리나 큰 천을 준비해 오셨지만, 어떤 분들은 요가 매트를 갖고 오시기도 했고, 아무것도 깔고 앉을 것이 없으신 분들은 그냥 맨땅에 편하게 자리를 잡으셨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매년 120회 이상의 콘서트를 개최하는,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오케스트라 중의 하나이다. 그라모폰이 선정한 세계 5대 오케스트라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휘자는 사이먼 래틀(Sir Simon Rattle) 경 음악 감독. 그는 청중들에게 인사를 하며, "우리는 2022년 6월 중순의 이른 여름 시간대에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햇살 가득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조지 거슈인(Gershwin)의 즐거운 음악이 콘서트의 처음과 끝을 열고 닫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두 살 난 손자도 이곳에 와있다면서 손자를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이 음악회는 런던 시민과 방문객들이 함께 세계 수준의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취지에서 마련된 무료 야외 콘서트였다.

정말 편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 내 옆사람들은 맥주까지 즐기면서 음악을 들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예전에 영국에서 처음 뮤지컬을 보러 갔을 때, 바로 무대 앞에서 맥주를 판매하고 있어서 놀랐던 적이 있다. 예의를 갖추지만, 결코 경직되어 있지 않고 자유로운 모습들이다. 

광장에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내 앞쪽에는 노부부가 앉아 계셨는데, 기다림에 지치셨는지 자리에 누우셨다. 

드디어 연주회의 막이 올랐다. 오늘 연주될 작품들. 

 

George Gershwin _ Cuban Overture
Max Bruch _ Kol Nidrei
Ernest Bloch _ Prayer from Jewish Life
Ayanna Witter-Johnson _ FAIYA!(world premiere)
George Gershwin _ An American in Paris

 

특히 FAIYA!는 세계 초연이 되는 뜻깊은 날이었다. 작곡가 Ayanna Witter-Johnson이 무대에 올라 감격스러움을 전했다. 그녀는 Hans Christian Andersen의 'The Red Shoes'에서 영감을 얻었고, 여기에 전통적인 Nyabinghi 리듬과 보다 현대적인 Dancehall의 리드미컬한 영향을 통해 자신의 자메이카 유산의 리듬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무대 옆으로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어 좀 더 자세하게 연주무대를 볼 수 있었다. 사이먼 래틀 경의 모습이 화면에 뜨자 많은 사람들이 환호로 경의를 표했다. 

이렇게 누운 채로 음악회를 즐기는 사람들. 여기저기 한 사람, 두 사람 눕다 보니~~ ㅎㅎ 정말 모두들 편안한 자세로 음악을 즐긴다. 

오늘 무대의 서막을 장식했던 첼리스트 세쿠 카네-메이슨(Sheku Kanneh-Mason). 나는 그의 연주를 듣고 깜짝 놀랐다. 섬세한 감정 표현이 무대 밖으로까지 밀려와 마음에 동요가 일었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도 그의 연주에 감동해서인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는 2019년에 엘가의 첼로 협주곡을 녹음하면서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사이먼 래틀 경 역시 그 이후로 이렇게 다시 뭉쳐서 관객들에게 그의 연주를 들려줄 수 있어 좋다는 말을 했다. 

 

앞으로 저 첼리스트의 음악적 행보를 기대하며, 그의 음악적 활동들을 함께 따라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1시간 30여 분 간의 음악회가 막을 내렸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사람들 모두 음악으로 취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 비록 내셔널 갤러리에는 오래 있지 못했지만, 그 이상의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들의 인생은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떤 예기치 못한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모른다. 그래서 하루하루 나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첼리스트  Sheku Kanneh-Mason의 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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