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작은 이야기

이쁜이 여사님의 수줍은 하트

난짬뽕 2023. 2. 1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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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쉬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이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순간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저녁 밥상

저녁 밥상을 준비하고 있을 때, 인터폰이 울렸다. 아랫집 어르신이셨다. "퇴근했나? 둘이 다 있어? 나 잠깐 올라가도 되나?" 통화를 마치자마자 현관문을 열어 두었다. 잠시 후 인기척을 내시면서 도착하셨다는 신호를 보내셨다.

 

이 분은 우리 아파트에서 이쁜이 여사님으로 통한다. 여든이 훌쩍 넘은 연세이시지만, 여전히 어여쁘시다. 물론 당신의 미모가 예쁘시기도 하지만, 이쁜이 여사님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다. 어르신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누구에게나 "참 이쁘네."라는 말씀을 하신다.

 

유모차에 타고 있는 아기도 예쁘고, 학교 가는 꼬맹이들도 예쁘고, 신혼부부들도 예쁘고, 살림살이에 바쁜 엄마들도 예쁘고, 사춘기 남학생들도 예쁘고, 술에 취해 퇴근하는 아빠들도 모두 예쁘다고 말씀하신다. 오랫동안 아래위층 이웃으로 살다 보니, 나 또한 이쁘다는 그 말씀을 많이 듣게 된다.

아랫집 어르신의 라떼아트

이쁜이 여사님과 나는 같은 해에 입주를 했으니, 참으로 오래된 이웃이다. 이사를 하고 난 며칠 후 아버님 제삿날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밤늦은 시각에 제사를 지냈고, 또 많은 인원의 친척분들이 오셨기 때문에 혹시라도 폐를 끼칠까 봐 양해를 구하기 위해 아래위, 옆집들에게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하여 찾아뵈었다. 

 

그날 아래층 어르신 내외분을 처음 뵙게 되었는데, 그때에도 나에게 이쁘다는 말씀을 해주셨었다. 아직 저녁 진지를 잡수시지 않으셨으면 우리집에서 함께 하시자는 말씀을 드리자, 이쁜이 여사님이 말씀하셨다. "우리 영감이랑 벌써 했지. 9시만 되면 둘이 꾸벅꾸벅 졸고 있으니까, 요즘엔 5시면 저녁 먹고 치워. 의사가 자기 4시간 전에는 저녁 먹으라고 해서."

 

그러시고는 내 손에 커피 한 잔을 쥐어 주셨다. 인터폰 통화 중, 남편은 아직 집에 오는 중이라는 말씀을 들으시고는 내 것만 만드셨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영감이랑 요즘 유튜브 보면서 배우고 있어. 오늘은 좀 모양이 나더라고. 좀 소심한 하트가 됐지만 말이야." 이쁜이 여사님 말씀대로, 컵 안에는 수줍어하는 소심한 하트가 둥둥 떠있었다. 

 

"우리 영감이 말이야. 매일 이렇게 배우다 보면 90세에는 예쁜 하트가 되지 않을까, 하고 말하더라고. 몇 년 남지 않았지만 말이야. 그러고 나면 사과 모양을 만든다나. 그래서 내가 말했어. 나는 하트 끝나면 강아지 만들 거라고." 나는 하트가 정말 예뻐서 마시기 아깝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는 내일 아침에 잡수시라고, 만들고 있던 고등어조림과 무생채를 덜어 이쁜이 여사님께 보내드렸다.

 

파릇파릇 설렘이 가득한 봄날을 지나 화려한 여름을 수놓고는 잔잔한 가을을 보낸 후에 꼭 겨울이 오는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이쁜이 여사님에게는 수줍은 핑크빛 같은 봄날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 봄날은 무겁지 않은 진한 깊이가 느껴진다.

 

그런데 아래층 어르신들은 커피를 드시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당분간은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라떼아트를 수없이 만나야 할 것 같다. 수줍어하며 부끄러워하는 하트가 정말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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