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즈>
The Secret Scripture, 2017
감독 _ 짐 쉐리단
개봉 _ 2017년
장르 _ 로맨스, 멜로, 드라마
상영 시간 _ 108분
상영 등급 _ 15세 이상 관람가
주연 _ 루니 마라(로즈 역), 잭 레이너(마이클 역),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나이 든 로즈 역), 에릭 바나(그린 박사 역), 테오 제임스(콘트 신부 역), 수잔 린치(간호사 역)
비밀로 간직했던 사랑
세바스천 배리의 동명 소설 <The Secret Scripture>를 원작으로 한 영화 <로즈>는 모호한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사람들의, 사랑으로 시작하여 사랑으로 마무리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7년 당시 영화가 개봉될 때 우리나라에 소개된 영화 포스터에는 '비밀로 간직했던 사랑'이라는 카피가 크게 쓰여 있다. 아마도 그 "사랑"이라는 표현 속에는 제2차 세계대전 시기 공습을 피해 고향으로 온 로즈와 참전을 앞둔 마이클의 사랑 이야기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아기를 죽인 혐의로 정신병원에 50년 동안 강제 수감되어 있는 로즈와 그녀의 정신감정을 위해 병원에 오게 된 그린 박사와의 끊을 수 없는 천륜의 끈끈함도 스며 있을 것이며, 과거 로즈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고 이제 다시 닥터 그린을 로즈에게 보낸 콘트 신부의 어긋난 욕심 역시 그 카피 뒤에 숨어 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영화는 1943년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그 시기의 젊은 로즈와 자신의 아기를 돌로 죽였다는 살인 혐의로 50년 동안을 정신병원에 갇혀 지내는 늙은 로즈의 시선이 교차되며 그 이야기가 전개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영화가 흘러가는 동안 자꾸만 들려오는 음악, 그것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이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와 극적 구성의 이음새마다 모두 월광 소나타의 피아노 선율이 흐른다.
여러 장면에서 이 음악이 흘러나오지만, 특히 나이 든 로즈가 정신병원에 있는 피아노로 <월광 소나타>를 연주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현재의 로즈가 연주하는 월광 소나타는 과거로 돌아가 로즈와 마이클의 사랑을 회상하게 만들고, 그 짧았던 행복의 순간들을 기억에서 놓치지 않기 위한 그리움과 아픔으로 다가온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임신한 로즈가 정신병원을 탈출하여 출산하려 했던 것은 마이클과의 사랑을 지키기 위한 최선이었다. 또한 정신병동에서 성경책에 메모를 써 내려간 것 역시 그 사랑에 대한 기다림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실 영화 중반으로 들어서면서부터 이미 이 영화의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그 결과를 뻔히 다 알고 보게 되어 긴장감을 느낄 수 없게 되기도 하지만, 한평생을 그리워한 생사도 모르는 아들을 만나게 되는 결말이라서 나는 좋았다.
영화를 통해 영국과 아일랜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어느 면에서는 구성 자체가 너무 싱겁게 느껴지는 점도 없지 않았고, 뜻밖의 상황에서도 너무 진부하게 느껴졌으며, 이 모든 상황들을 최악으로 전개시킨 콘트 신부를 이해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사람들은 병에 걸려 있어요. 진실을 보지 못하는 병. 사랑의 눈으로만 진실을 볼 수 있어요. 나머지는 그저 허상일 뿐이죠."
아름다운 영상미가 머릿속에 남아 있는 영화 <로즈>. 2015년 제작된 영화 <캐롤>로 제68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루니 마라의 모습도 예뻤지만, 나는 나이 든 로즈 역할을 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나도 피아노 앞에 앉아 오랜만에 월광 소나타를 쳐보았다.
"내 마음에 구멍이 생겼죠. 아들이 찾아오는 그때, 내 마음의 구멍이 채워질 거예요."
세상이 반대한 사랑에 모든 것을 던진 로즈. 아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그녀를 보며, 나는 이 말이 떠올랐다. "만나야 할 사람은 꼭 만나게 된다." 마치 이 영화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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