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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아름다움 185

더 큰 세상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발견과 도전, 뮤지컬 작곡가 이나오

벌써 아주 오래전 일이네요. 이나오 뮤지컬 작곡가를 만난 것이. 인터뷰와 사진 촬영이 있던 2013년 7월 그날은 어느 해보다도 정말로 매우 더웠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이나오 작곡가를 다시 만난 것은 한 달 후인 8월 30일 용산구의 콘서트 자리에서였습니다. 열정적인 배우들이 이나오 작곡가의 작품들을 직접 선보이는 가운데, 그녀가 만든 음악 안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우리 가족들을 더 큰 떨림과 울림으로 꼼짝 못 하게 만든 것은 바로 그녀의 피아노 연주였습니다. 지금도 남편과 아들은 그날의 이나오 작곡가의 피아노 연주와 피아노 앞에 앉은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종종 얘기합니다. 저는 물론 무덤덤한 두 남자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던 이나오 작곡가의 음악은 강렬하고 뜨겁지만..

삶과 사랑과 죽음에 대한 서사시, 레퀴엠

삶과 사랑과 죽음에 대한 서사시 REQUIEM 성악곡은 일반적으로 예술가곡과 오페라 같은 세속 음악과 미사곡, 칸타타, 레퀴엠, 모테트, 오라토리오 등과 같은 교회음악의 두 주류로 분류됩니다. 레퀴엠은 '죽은 자를 위한 미사곡'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의 안식을 기원하는 가톨릭 교회 의식의 음악을 일컫는데요. 레퀴엠의 템포는 곡의 엄숙함을 살리기에 충분할 만큼 다소 늦춰져 있고, 리듬 역시 조금은 무거운 편입니다. 그렇지만 경중의 딱딱함보다는 차분하면서도 진지하다는 잔잔함으로 전환되어 다가오죠. 작품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팀파니의 강주에 의해 오싹한 긴장감이 팽배되기도 하고, 때로는 고악기의 결이 거친 거리감을 표출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레퀴엠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도 그러한 엄숙함 속에서..

마리아 칼라스, 세계 성악사의 영원한 디바

세계 성악사의 영원한 디바 마리아 칼라스 "오페라에서 'B.C.'는 곧 칼라스 이전 시대를 의미한다."라는 말이 전해질만큼, 마리아 칼라스는 오페라의 신화 같은 존재이다. 많은 오페라 가수들에게 있어 영원한 동경의 대상이자,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도전이었으며, 끊임없는 호기심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마리아 칼라스(1923~1977). 오늘날까지 그녀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간직된 살아있는 프리마돈나임에 틀림없다. 글 엄익순 세계 성악사에서 두 번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마리아 칼라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8년 3월 예술의전당에 올려진 라는 공연을 통해서였다. 일류 음악가들이 지도하는 실기 수업을 일컫는 용어의 그 공연은 1996년 토니상 최우수 희곡상을 수상한 테렌스..

재즈보컬리스트 써니 킴, 노래가 풍경이 되다

재즈보컬리스트 써니 킴을 직접 만나보신다면, 아마도 그분의 매력에 금방이라도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그분의 목소리 안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세계가 그려져 있으니까요. 2016년 비가 내리던 7월, 조수정 한지그림갤러리에서 인터뷰와 사진 촬영이 진행되었는데요.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제 마음까지 청명해지는 기분이 든답니다. 이날 촬영 역시 STUDIO NOON 이준용 실장님이십니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탐색, 노래가 풍경이 되다 재즈보컬리스트 써니 킴 재즈보컬리스트 써니 킴의 음악에는 결이 있다. 밀려오는 파도에 멍이 들어버린 바위섬의 아무렇지도 않은 태연한 표정이 스며있고, 아침이슬이 지쳐 잠든 풀숲을 가로지르는 한낮의 바람소리도 묻어난다. 잔잔한 호수에 수줍게 내려앉는 햇살을 따라 흐르는 노부부의..

클래식 기타리스트 장대건, 행복한 연주가가 되는 길을 만나다

어제 안드레스 세고비아의 원고를 올리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분이 있습니다. 2014년 현대음악 4월호에 소개된 장대건 클래식 기타리스트입니다. 인터뷰와 사진 촬영은 날씨 좋은 3월 21일 예술의전당에서 있었는데요. 잔잔하게 들려주신 선생님의 음악적 철학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기타에 대한 열정으로 홀로서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장대건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신만의 꿈이 있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크고 작은 소망들. 어린시절 장대건의 꿈은 기타리스트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기타를 연주하는 것이 좋았고, 음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행복했을 뿐이다. 그렇게 기타에 대한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낸 지금, 그는 세계 최고의 클래식 기타리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글 엄익순 기타를 통해서 음악을..

안드레스 세고비아, 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요 나의 왕국이다

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요, 나의 왕국이다 기타리스트 안드레스 세고비아 클래식에 대해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세고비아'라는 어휘가 그리 낯설지 만은 않을 것이다. 세고비아 기타를 비롯하여, 세고비아 주법과 세고비아 음악원 등, 그 모든 대명사의 출발점인 안드레스 세고비아 토렌스(1893.2.21~1987.6.3). 단지 춤과 노래의 반주로 등장하는 대중악기에 지나지 않았던 기타를 클래식의 영역 안으로 부활시킨, 그래서인지 기타라는 악기는 세고비아 안에서 가장 아름답게 발현되는 작은 동반자인 동시에 그의 분신이기도 했다. 글 엄익순 1928년 미국에서의 첫 연주회를 기다리고 있는 안드레스 세고비아의 마음은 적잖이 흥분되어 있었다. 이윽고 도착한 연주회장. 그러나 그곳은 여느 공공..

클라라 하스킬, 척추장애를 이겨낸 제2의 모차르트

척추장애를 이겨낸 제2의 모차르트 피아니스트 클라라 하스킬 부드러운 독백에 취한 듯한 피아노 선율로 시작, 이러한 주제가 현악기로 옮겨져 잔잔한 울림을 전이시키는 Piano Concerto No.20 in Dminor K.466. 제24번 C단조와 더불어 단 두 곡의 단조 협주곡인 이 작품은 모차르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무척이나 어둡고 우울한 느낌을 자아낸다. 5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비롯하여 플루트와 호른을 위해 각각 2곡과 4곡에 불과한 협주 작품에 비해 약 40여 곡의 기악 협주곡 가운데 모두 27곡이 피아노를 위해서 작곡된 것을 보면, 아마도 모차르트의 창작에 있어서 가장 핵심을 이루었던 것은 바로 피아노라는 악기였던 것 같다.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가볍지도 않은 아주 묘한 감상을 떠..

참을 수 없는 내 존재의 불완전함, 글렌 굴드

참을 수 없는 내 존재의 불완전함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한여름에도 장갑을 낀 채, 머플러를 두르고 코트까지 입고 다녔던 글렌 굴드(1932.9.25~1982.10.4). 완벽한 연주를 위해 무대를 떠나 리코딩만을 고집했던 그는 자신 안으로 침잠하고자 했던 고독한 거장은 아니었을까. 콧노래를 하는 듯한 허밍을 통해 자신이 뿌려놓는 피아노 선율과 호흡을 맞추기도 한 글렌 굴드는 종속을 거부하는 자유인이었다. 글 엄익순 "기인? 점보 747기에 자신의 피아노를 싣고 다니는 호로비츠도 있는데, 뭐." 1955년 CBS 레코드와 계약한 굴드는 6월 26일부터 일주일에 거쳐 바흐의 을 녹음할 예정이었다. 당시 뉴욕 스튜디오에 모인 레코딩 스태프진들은 '괴팍한 성격의 기인'이라는 그의 평판에 대해 그리 크게 동요하지..

재즈보컬리스트 웅산, 오래된 음악의 정원에서 속삭이는 위로의 목소리

2015년 사보 에 실렸던 원고입니다. 재즈보컬리스트 웅산 님과의 인터뷰는 그해 5월 27일 대치동의 어느 커피숍에서 있었는데요. 매체를 통해 바라볼 때도 좋았는데, 직접 만났을 때는 더더욱 좋았습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정말로 많이 많이 느껴졌거든요. 인터뷰 내내 곁에 있는 사람을 배려해 주는 마음이 정말로 기억에 남습니다. 오래된 음악의 정원에서 속삭이는 위로의 목소리 재즈보컬리스트 웅산 재즈보컬리스트 웅산의 음악은 그녀와 닮아 있다. 섬세한 부드러움 속에서 힘이 넘치는 강렬함이 느껴지는가 하면, 애잔한 감성이 흐르는 가운데 햇살 같은 싱그러운 미소가 비치기도 한다. 무대 위에서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노래 안으로 끌어들이는 그 깊은 매력. 그녀의 음악 안에서 우리들의 지친 마음들이 위로받고 있..

피아니스트 강지은, 음악의 향기가 삶의 자양분이 되다

2016년 현대음악 10월호에 실린 피아니스트 강지은 교수님의 인터뷰 원고입니다. 인터뷰와 사진 촬영이 있었던 그해 9월 13일, 밤늦게까지 이어진 촬영내내 강지은 교수님께서는 따스한 미소로 친절하게 대해 주셨답니다. 사진 촬영이 모두 끝나고, 교수님 방에서 함께 초콜릿을 한 바구니 가득 정말로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핸드폰에 그때의 추억이 남아 있어 몇 장 올려봅니다. 이날 역시 사진 촬영은 이준용 실장님이신데요. 평소에 책을 무척이나 많이 읽으시고, 운동도 열심히~ 엄청 부지런하고, 다방면에서 재능을 발휘하시는, 하루하루를 빈틈없이 보내시는 모습에 늘 배울 게 많답니다. 예술, 그 경계를 넘어 음악의 향기가 삶의 자양분이 되다 피아니스트 강지은 우리가 품고자 하는 예술은 완벽한 성능을 발휘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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