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작은 이야기

결혼식을 빛낸 양가 아버님의 축사

난짬뽕 2023. 6. 1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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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hu

늦은 밤, 남편에게 문자가 도착했다. 낮에 결혼을 한 새신랑이었다.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에 보내온 긴 문자에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답장을 쓰고 있는 남편 역시 마치 아들을 장가보내는 듯 감회가 남다른 듯 보였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결혼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되어 무척이나 기쁘다는 마음을 전했다. 

 

결혼식은 오전 11시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 남편과 나는 10시가 되기도 전에 식장에 도착했다. 멋스럽게 턱시도를 차려입은 신랑이 환한 표정으로 우리를 반겨줬다. 남편과 내 손을 번갈아 잡으며 활짝 웃는 신랑을 보니, 7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던 앳된 사회초년생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첫 직장이었던 남편의 회사에서 그는 이제 든든한 역할을 하는 자리에 있다. 워낙 성실하고 실력이 있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결책을 모색하고 결국에는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그와 함께 일을 해본 사람들은 그를 칭찬하고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고 한다. 

오늘 결혼식은 주례 없이 진행되었다. 그 대신 신랑과 신부의 아버님이 축사를 해주셨다. 양가 어르신들의 한 말씀 한 말씀들이 모두 듣는 이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는데, 그중 떠오르는 대목이 있다. 신랑의 부친께서 먼저 마이크를 드셨다. 

 

"그동안 나는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너무 아등바등하며 생활해 온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지금에 이르러 되돌아보니, 꼭 그것만이 중요하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계획하는 것도 물론 소중한 일이 되겠지만, 나는 사랑하는 너희들이 내일만을 위해 오늘의 순간순간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란다. 바로 지금, 현재의 소중함과 감사함, 그 안에서의 행복도 함께 누렸으면 좋겠다."

 

그의 장인어른이 하신 말씀도 기억난다. "살아가다 보면, 꼭 좋은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니란다. 때로는 서운하고 힘든 일도 만나게 될 수 있을 거야. 만약 그런 상황에 마주치게 되면, 두 손을 꼬옥 잡았던 오늘을 떠올려 보길 바란다. 너희 두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동반자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이제 두 분의 아버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어렴풋이 이해가 되는 나이가 되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신랑신부를 더욱 빛나게 했던 양가 아버님의 소중한 말씀들. 그 깊은 뜻을 다시 한번 헤아려보게 된다. 한없이 아름다웠던 그들의 결혼식에서 나는 또 한 번의 인생의 교훈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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