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작은 이야기

눈물 반 웃음 가득, 귀엽고 사랑스러운 결혼식

난짬뽕 2022. 3. 2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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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반 웃음 가득,

귀엽고 사랑스러운

결혼식

 

사진_ hu

 

토요일이었던 어제, 정말로 오래간만에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작년 이맘때 즈음에 예식장에 다녀왔으니, 거의 일 년 만인 것 같습니다. 그 사이 장례식장에는 모두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발걸음을 남겼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우울했던 팬데믹 시대가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한 살 한 살 세월의 흔적들이 더해갈수록, 이상하게도 감출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눈물'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특히 이러한 감정의 솔직함이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 결혼식장에서 신랑 신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쏟아져 나오는 것이 참 어이없게 느껴지기까지 하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결혼식장에서 눈물이 툭 튀어나올 때가 많아졌습니다. 

 

오늘도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지인의 신랑 측 하객으로 남편과 함께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오전 11시에 예식이 있었는데,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을 만날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아주 이른 시각에 식장에 도착했습니다. 꼬맹이로만 기억되던 신랑이 어느덧 이렇게 멋진 어른이 되었는지, 듬직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했습니다. 

 

사진_ hu

 

신랑의 조카들이 화동으로 등장해 예물 반지를 신랑 신부에게 전달했는데요. 바구니에 든 꽃가루를 행진도 하기 전에 한꺼번에 모두 날려버리는 모습이 넘 귀여웠습니다. 오늘 결혼식은 주례 선생님을 따로 모시지 않았고, 신부도 혼자서 걸어 나왔습니다. 그런데 신부의 손에는 부케와 함께 하얀 장갑과 꽃 한 송이가 함께 들려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곧 알게 되었습니다. 두 손을 꼬옥 잡은 신랑 신부는 제일 먼저 신부 측 어머니의 비어 있는 옆자리에 하얀 장갑과 꽃 한 송이를 올려놓은 채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는 곧 영상이 화면 속에 비쳤는데요. 요즘에는 신랑 신부의 연애 시절 모습 등이 담긴 영상들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아 다들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영상 속 주인공은 바로 양가 부모님이었습니다. 신랑 신부가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편지와 함께 양가 부모님의 연애 시절 사진과 결혼식 사진, 그리고 가족들이 함께했던 모습들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이 엮어 있었습니다. 

 

분명히 오늘의 주인공은 신랑 신부였는데, 그들은 오히려 조연이 되어 부모님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여기저기에서 갑자기 식장의 천장을 올려다보는 하객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조명이 어두워질 때에는 누가 볼까 봐 재빠르게 눈가를 두드리기도 하고요. 제가 앉은자리의 앞 테이블에서도, 건너편에 앉은 분들도, 옆자리의 어느 부부도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이 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중의 한 명이 바로 저이기도 하고요. 

 

특히 신부의 친정아버지 모습이 화면에서 보일 때에는 신부가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홀로 앉아 계신 친정어머니는 딸을 향해 '울지 마'라는 말씀을 연거푸 건네셨습니다. 신부가 울자, 정작 친정어머니께서는 우는 딸을 달래느라 오히려 담담한 표정을 지으셨는데 오히려 외동딸의 예쁜 모습도 보지 못한 채 일찍 떠나가신 바깥사돈의 모습을 보고는 신랑의 어머니가 자꾸만 눈물을 훔치는 바람에 식장은 눈물의 결혼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진_ hu

 

부모님을 오늘의 결혼식의 주연으로 등장시켰던 신랑 신부는 이제 서로에게 전하는 편지를 띄었습니다. 그런데 그 편지의 내용이~~~ 참으로 톡톡 튀어서 울음을 머금었던 하객들을 한순간에 웃어버리게 만들었습니다.

 

그중 생각나는 몇 가지는 신부가 말하길,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할 남편에게 아직은 요리 솜씨가 없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그 대신 다양한 밀키트를 꼼꼼하게 준비하겠다는 말에 모두들 웃음을 지었습니다. 또한 피곤한 남편을 위해 가끔은 자신이 출퇴근을 시켜주기 위해 한 손으로도 능숙하게 운전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우겠다는~~ ㅎ, 그러나 술을 먹는 남편을 데리러 가기 위해 운전을 하는 것은 일 년에 딱 두 번만 허락하겠다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신랑 역시 여러 가지 항목들을 이야기했는데요. 그중에서도 예쁜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신부를 위해 주변의 카페들을 알아보겠다는 말이 재밌었고, 특히 홀로 계실 장모님과 많은 시간을 갖고 싶다는 이야기에 모두들 흐뭇한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영상과 편지로 구성되었던 오늘의 결혼식은 그동안 다녀봤던 많은 결혼식 가운데 기억에 남을 또 하나의 결혼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치 양가 부모님의 결혼식을 본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요.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잠시나마 생각하게 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요즈음에는 무척이나 개성이 짙은 다양한 형태의 결혼식이 참으로 많아진 것 같습니다. 어제 제가 다녀온 결혼식은 그 모습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하객들을 한순간에 울게 하고 또 웃게 했던 아름다운 결혼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물 반 웃음 가득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결혼식을 치른 신랑 신부는 분명 지혜롭게 삶의 난관들을 헤쳐나가며 행복할 거리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에 모인 하객들도 신랑 신부로부터 그 행복의 씨앗을 전해 받은 것 같거든요. 그들의 앞길에 축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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