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주말에 아빠가 계신 시골에 다녀왔다. 6월 첫 주에 다녀오고는, 출장도 끼어 있고 주말에 일도 있어 내려가지 못했다. 그 사이 큰오빠와 작은오빠가 번갈아 또는 함께 내려갔다 왔다. 내가 딸이긴 하지만, 사실 딸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는 못한다. 오빠들은 늘 시댁행사가 많은 나를 배려해 주며, 내 건강에만 신경 쓰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아빠와 관련된 일이라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오빠들이 챙기고 있다.
아빠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 예쁜 시골마을을 발견했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차에서 내려 마을을 둘러보지는 못했다. 무더위가 좀 가시면 아빠와 함께 이곳으로 와서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얼마 전 큰오빠와 함께 오셨다는 맛집에 우리도 함께 갔다. 밑반찬부터 집에서 직접 만드신 솜씨가 느껴졌다.
아빠의 손. 여전히 잘 드시는 아빠가 정말 고맙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빠와 남편과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냉장고 안에 오빠들이 채워둔 과일들과 간식거리들을 꺼내 먹는 재미도 솔솔 하다. 언제부터인가 아빠의 간식거리들이 몇 배로 더욱 푸짐해져 있었다. 시골에 내려갈 때마다 아빠는 오빠들이 챙겨놓은 간식거리들을 나의 에코백 안에 푸짐하게 넣어주신다. 나는 안다. 오빠들이 나까지 챙겨준다는 것을. 우리 오빠들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늘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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