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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춤추는 영혼의 열정, 듀오 반디니 끼아끼아레타

난짬뽕 2021. 1. 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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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 반디니&끼아끼아레타와의 인터뷰는 지난 2013년 12월 마포구 동교동에 자리한 카페 섬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았던 그 카페가 아직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당시 인터뷰 도중 갑자기 반디니와 끼아끼아레타가 악기를 꺼내서는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카페 안에 있던 손님들도 하나가 되어 리듬을 탔던 즐겁고 흥겨웠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카페 안에서, 거리에서, 그리고 녹음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겨 오랜 시간 진행된 사진 촬영에도 내내 웃음을 건네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반디니와 끼아끼아레타와의 만남을 소개합니다.

 

 

심장이 춤추는 영혼의 열정

듀오 반디니 & 끼아끼아레타

 

 

이탈리아 탱고의 거장으로 잘 알려진 듀오 반디니(Giampaolo Bandini) & 끼아끼아레타(Cesare Chiacchiaretta). 클래식 기타리스트와 반도네오니스트가 그려내는 그들의 연주는 탱고가 춤이 아닌 영혼의 숨결로 우리를 유혹하고 있는 듯하다. 휘몰아치는 열정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심장의 두근거림. 그 설렘과 마주한다. 

글 엄익순 

 

 

탱고, 그 매력에 빠져들다

라틴 아메리카의 민속적 음악 요소, 아프리카의 리듬적 요소, 유럽의 춤곡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꽃피운 음악 '탱고'는 20세기 초반에 아르헨티나로부터 유럽을 거쳐 전 세계로 퍼졌다. 이탈리아 최고의 기타리스트 지암파올로 반디니와 반도네오니스트 체사레 끼아끼아레타가 만나 2002년에 결성한 '듀요 반디니&끼아끼아레타'는 우리나라에 탱고의 매력을 전해준 주인공이기도 하다. 2011년 첫 내한공연, 2012년 대전국제기타리스트 초청공연, 그리고 2013년 연말에 다시 찾은 한국 무대에서 탁월한 음악성과 카리스마 넘치는 연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매년 한국에 올 때마다 마치 집에 온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팬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고, 관객들의 관심이 놀라울 정도로 매년 확대되고 있음을 직접 느끼게 됩니다. 공연장에서 보내준 따뜻한 관심과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사진 이준용

 

지암파올로 반디니의 말이 끝나자마자 체사레 끼아끼아레타가 말을 잇는다. 

 

"어디에서나 그렇지만, 처음은 매우 서먹한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첫해에는 탱고라는 음악이 한국에서 대중적이지 않아서인지, 관객들은 물론 연주하는 저희들 입장에서도 어색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러나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피아졸라의 곡을 포함한 다양한 탱고 음악들이 한국에서도 잘 알려지게 되면서, 관객들도 보다 즐겁게 공연을 보러 온다는 기분이 듭니다. 한국 관객들의 열정은 매우 빠르게 발전합니다. 예를 들어 4년 전에도 연주했던 'Adios nonino'나 'Libertango'에 대해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환호를 느끼면서, 한국의 관객들에게 이제는 탱고 음악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한국 관객들의 장점은 놀랄 만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멋진 환호를 보여준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탱고 음악은 이제 단순히 아르헨티나의 음악으로 평가될 수 없을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듀오 반디니&끼아끼아레타는 한국에서의 공연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강조한다. 그 이유는 아스토르 피아졸라 등 익히 유명해진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들었을 때, 한국 관객들은 스스로 박자를 타며 에너지를 분출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타와 반도네온으로 인생을 말하다

최초의 탱고 음악이 '탱고의 꽃'이라는 반도네온과 기타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두 악기의 조합은 매우 강렬하고 힘 있게 느껴지지만, 때로는 아주 여리고 피아노 같은 소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특히 반도네온은 슬픔과 행복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인생의 순간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악기라 평가받는다. 탱고 음악에 있어 클래식 기타와 반도네온의 연주가 다른 악기에 비해 가장 매력적인 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음색'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래식 기타는 부드럽고 우아한 소리를 내는 반면, 반도네온은 정반대의 소리를 지니고 있죠. 탱고 듀오는 바로 이러한 정반대의 음색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다양한 교차점을 찾아보고 있고, 이 점이 우리가 연주를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여겨지는군요."

사진 이준용

 

이탈리아 최고의 기타리스트와 반도네오니스트의 만남은 2002년에 이루어졌다. 아르헨티나의 아름답고도 매혹적인 음악을 연주하기 위한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그들은 이미 예전부터 상대방의 명성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던 사이였다. 

 

"공연에서의 첫 만남은 제가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을 때였죠. 당시 음악감독인 레오 브라워가 기획했던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함께 연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후 피아졸라의 탱고곡에 큰 관심이 있던 저는 반디니가 함께 공연을 하자는 제안을 승낙했고, 그는 제게 반도네온을 구입해서 연습할 것을 부탁했습니다. 원래 연주하던 아코디언과 달리 반도네온의 연주법은 매우 달라 힘들었지만, 당시 반도네온과 기타 듀오는 유럽에서조차 매우 희귀한 조합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팀을 이룬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었습니다. 제가 곧 반도네온을 구입해 연습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듀오 반디니&끼아끼아레타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 이탈리아 최고의 클래식 기타리스트의 한 명으로 평가받는 반디니가 기타를 접하게 된 것은 7세에서 8세 즈음. 10세가 되던 해에 콘서바토리에 들어간 이후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연주자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반면에 끼아끼아레타는 8세 무렵에 아코디언으로 이탈리아 민속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14세가 되자 연주 스타일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때부터는 아코디언으로 바흐 등의 클래식을 소개하는 연주자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10년 후에 반도네온을 새로 시작하며 탱고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우리는 둘 다 기본적으로 이탈리아의 클래식 연주자입니다. 하나의 흥미와 열정을 담은 수많은 시도 중 하나인 탱고 연주에 대한 관객들의 멋진 반응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우리는 지금도 창작을 멈추지 않는 수많은 탱고 작곡가들과 교류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대다수 피아졸라의 작품들만이 한국에서 연주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다양한 현대의 탱고 연주곡들을 한국의 팬들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듀오 반디니&끼아끼아레타는 대화보다는 오히려 연주를 하면서 호흡을 조절한다. 유독 대화를 많이 할 때는 연주 전 편곡을 준비할 때 서로의 의견을 교류하고, 서로의 연주를 들어보면서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반도네온의 멜로디를 기타가 연주한다거나, 혹은 반도네온의 멜로디를 양손의 버튼을 모두 이용해서 연주해보는 방법을 이야기하며 의견을 맞춰본다. 그 이후에는 꾸밈음 또는 보다 다양한 화성적 기법을 넣어보기도 하며 하나의 곡을 완성해 나간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 안에서 호흡하다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 각국에서 솔로이스트 겸 체임버 멤버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반디니는 '니콜로 파가니니 국제 기타 페스티벌'의 창설자 겸 음악감독으로서 유수한 국제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초청받기도 했다. 끼아끼아레타는 페스카라 국립음악원에서 클라우디오 칼리스타를 사사했고, 1995년에 'N. 피친니 콘서바토리'를 수석 졸업했다. 현재 이탈리아를 대변하는 반도네온·아코디언 연주자로서 유럽의 여러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하면서 그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는 그는 아코디언을 위한 창작곡부터 아스토르 피아졸라와 현대음악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듀오로 연주하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특히 '호흡'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그것을 단순히 한 사람의 방향으로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되죠. 우리는 하나의 곡을 이해할 때 음악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비슷한 감정과 시선을 갖고 접근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 이준용

 

듀오로 연주할 때에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당신은 혼자 연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끼아끼아레타는 조언한다. 물론 곡 안에서 혼자 멜로디나 리듬을 연주할 때도 있지만, 항상 상대방의 소리를 듣고 악기들 간의 기본적인 차이점을 이해하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반도네온은 매우 강한 음색을 가지고, 기타는 또 다른 음색을 표출하죠. 우리는 한 곡을 연주하면서 리듬과 멜로디를 번갈아가며 연주하면서 서로 다른 두 악기가 가장 아름답게 만나기 위한 작업에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마음을 열고 상대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우리는 매우 좋은 호흡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 듀오가 발표한 앨범 <Hombres de Tango(신사의 탱고를 위한 우아한 격정의 이중주)/2008년 국내 발매>와 <Tango A Las Nubes(기타와 반도네온의 격정의 조화)/2010년 국내 발매>에서도 탱고 음악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말 국내에서 발매된 디지털 싱글 <Las Cuatro Estaciones Portenas(피아졸라의 사계)>는 탱고와 더불어 클래식 음악의 입장으로 한발 더 다가서고 있다. 동시에 반도네온과 기타에 스트링 오케스트라의 만남으로 더 커진 구성과 다양한 음색을 가진 앙상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항상 새로운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4년에 우리는 바이올린과 첼로를 포함한 콰르텟 활동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비발디의 '사계'와 피아졸라의 '사계'를 연주하며 이탈리아의 바로크 음악과 탱고 음악 간의 접점을 찾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죠. 피아졸라의 스타일은 바로크 음악과 비슷한 부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에,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층 강력한 사운드와 보다 새로운 음악에 대한 희망을 기대해 봅니다."

 

탱고의 고장 아르헨티나가 가지고 있는 전통 탱고와 피아졸라의 누에보 탱고, 그리고 현재 아티스트들의 탱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로 많은 음악 애호가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듀오 반디니&끼아끼아레타. 그들만의 호흡으로 이 세상 어디에서도 만나지 못한 또 다른 색깔의 탱고를 만날 것 같은 예감, 그 날을 기대한다. 

Vol. 77 JANUARY 2014 <Music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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