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공동묘지, 기억의 조각들이 맞춰지는 고요한 쉼터

난짬뽕 2023. 6. 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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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hu

몽마르트르 공동묘지에 가기 위해서 길을 나선 것은 아니었다. 새벽 5시 59분에 영국에서 출발하는 파리행 유로스타를 타기 위해 런던 세인트 팬크러스 인터내셔널 역에 4시경에 도착했다. 깜빡 늦잠을 잘까 봐 자는 둥 마는 둥 밤을 지새우기도 했고, 회의 준비로 긴장한 탓인지 두통으로 인해 머리가 많이 무거웠다. 더욱이 6월에 내리쬐는 파리의 햇살은 나에게는 너무 뜨겁고 따가웠다. 

 

그래서 산책이라도 할 겸 무작정 호텔을 나왔다.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보다 테르트르 광장을 좋아하는 나는 그 이유로 인해 테르트르 광장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지역의 작은 호텔인 라 몽뎅을 예약했다. 구두를 벗고 운동화를 신으니 조금은 뛰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호텔에서 점점 멀리 속도를 내며 달리다가 나는 몽마르트르 공동묘지를 만나게 되었다. 

 

내가 이곳에 도착한 시각은 4시가 넘어 있었다. 오후 6시에 문을 닫아 아직 두 시간여의 여유가 있었다. 묘지 입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무료 지도를 받아올 수도 있는데, 그냥 가볍게 둘러볼 생각에 안내판만 들여다보고는 너무 묘지 안쪽까지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계단만 내려가면 몽마르트르 공동묘지이다. 

몽마르트르 공동묘지 입구

몽마르트르 공동묘지는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와 몽파르나스 공동묘지와 함께 파리의 3대 공동묘지로 불린다. 이곳들과 함께 파리에 있는 크고 작은 공동묘지에는 유명한 문학가와 철학자, 음악가 등이 잠들어 있다. 알퐁스 도테, 마리아 칼라스, 쇼팽, 이사도라 덩컨, 오스카 와일드, 짐 모리슨 등의 묘가 있는 페르 라세즈 공동묘지는 세계 최초의 공원식 묘지라고 알려져 있으며, 몽파르나스 공동묘지에는 장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 샤를 보들레르, 기드 모파상, 카미유 생상스 등이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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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곳 몽마르트르 공동묘지에는 드가, 하이네, 스탕달, 공쿠르 형제, 고티에, 그리고 유해는 팡테옹으로 옮겨진 에밀 졸라 등의 묘가 있다. 

에밀 졸라의 묘

영국에서도 도심 곳곳에 공동묘지가 있어 공원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곳에서 간식을 먹으며 편안한 쉼터처럼 이용하고 있어 공동묘지에 대해서 무서운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파리의 공동묘지는 조금 달랐다. 떠나간 사람들의 묘와 묘비의 형태가 서로 비슷함 없이 모두 다른 형태를 갖추고 있었는데, 그러한 입체적 구성으로 인해 마치 야외 조각 공원에 온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곳곳이 울창한 나무들도 둘러싸여 있고, 잘 가꾸어진 잔디밭과 형형색색의 예쁜 꽃들도 조성되어 있어 조용히 사색하기에도 참 좋았다. 

 

죽은 자들을 위한 공간과 살아있는 자들의 공간에 있어 그 경계가 허물어져 있는 듯했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지나간 기억들의 조각을 맞추는 그리움의 장소이기도 했다. 그래서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떠나간 사람들을 추억하는 누군가들은 평범한 어느 하루에도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만약 파리에서 공동묘지에 가게 된다면, 묘지 정문에서 나눠주는 묘지 지도를 챙겨가면 좋다. 생각보다 복잡하여 자신이 찾고자 하는 유명인들의 묘를 찾기가 쉽지 않다. 묘지의 지도가 없어 발길 닿는대로 걷다 보니, 어느 순간 길을 잃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6시가 되면 이곳에 잠들어 있는 영혼들도 휴식을 취할 시간이니, 나는 더 많이 둘러보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안고 몽마르트르 공동묘지를 빠져나왔다. 무거웠던 머리가 나도 모르게 가벼워지면서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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