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프랑스 파리

파리의 낭만, 몽마르트르 언덕 거리의 악사와 음악들

난짬뽕 2022. 11. 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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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기차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의 여행이 더욱 특별하게 떠오를 때에는, 사람들마다 기억되는 추억의 저장고마다 마음 끌림의 방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맛있는 기억이 중요할 수 있고, 또 어느 누군가는 예술과 건축이 그 대상일 수 있으며, 다른 누군가에게는 화려한 쇼핑이 행복의 만족도를 높이게 할지도 모른다. 

파리의 낭만이 숨 쉬는 몽마르트르(몽마르뜨) 언덕을 더욱 아름답게 느끼게 되는 나만의 기억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몽마르트르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악기 연주와 노랫소리들이 한몫을 차지할 것이다. 

파리에서 가장 높은 언덕 위의 하얀 샤크레쾨르 대성당 주변에서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고은빛 선율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아코디언 연주

메트로 2호선 블랑슈 역 근처에 있는 물랑 루즈 앞에서 출발하여 몽마르트르의 주요 골목들을 돌며 샤크레쾨르 대성당과 테르트르 광장까지 운행하는 꼬마기차가 잠시 정차하는 곳에서도 거리의 악사가 들려주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손풍금이라고도 불리는 아코디언의 선율을 좋아하는 나는 사랑의 열쇠를 등지고 꽤나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몇 곡이 끝나고 나서는 약간의 감상비를 통 안에 넣고 오는데, 갑자기 아저씨께서 듣고 싶은 곡이 있느냐고 물으셨다. 나는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데, <도나우강의 잔물결>을 좋아하느냐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듣게 된 루마니아 작곡가인 이바노비치의 <도나우강의 잔물결>. '다뉴브강의 잔물결'이라고도 불리는 이 곡을 들으시면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는 윤심덕의 '사의 찬미'를 떠올리실 것 같다. 도나우강의 잔물결을 편곡하여 부른 노래가 바로 사의 찬미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저씨의 도나우강의 잔물결 연주에 맞춰 나는 사랑하는 연인이었던 김우진과 윤심덕이 가사를 붙인 '사의 찬미'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몽마르트르에서의 파리의 낭만은 적어도 지금만큼은 김우진과 윤심덕의 사랑의 장소로 변해 있었다. 

 

사의 찬미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적막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고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위에 춤추는 자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이 나 죽으면 고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허영에 빠져 날뛰는 인생아

너 속였음을 너 아느냐.

세상에 것은 너에게 허무니

너 죽은 후는 모두 다 없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이 나 죽으면 고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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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크레쾨르 성당을 바라보며 아코디언 연주에 취해 있던 나는 바로 테르트르 광장으로 향하지 않았다. 테르트르 광장을 좋아하지만, 좀 더 거리의 음악들을 즐기고 싶었다. 

샤크레쾨르 성당을 끼고 한 바퀴 돌다 보면, 성당 입구의 반대편 방향으로는 한적한 골목길이 나온다. 

왼쪽 벽면에 서있는 바이올린 연주자

역시 예상대로 이곳에서도 바이올린 연주자를 만날 수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도 뜸했고, 성당의 높은 벽면이 바이올린 선율을 해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모아주는 듯해 어느 연주회장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공원 안 화장실

이 바이올린 연주자의 연주를 듣는 순간 깜짝 놀랐다. 그 연주 실력이 정말로 빼어나서, 자꾸만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하게 되었다. 아쉬운 것은 이 골목은 지나가는 사람들조차 별로 없어서 그의 연주를 감상하는 청중들이 별로 없었다는 것. 감상비를 받는 모자나 통도 없이 그냥 연주만 하고 있었다. 만약에 다음에 몽마르트르 언덕에 가게 된다면, 이 연주자를 다시 만나 그의 연주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운이 많이 남았다. 

플릇 연주

그리고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거리의 음악가는 바로 이 사람. 샤크레쾨르 성당 입구 바로 앞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노래 감상비를 넣는 공간을 자꾸 비워야 할 만큼~~~. 저렇게 하루만 노래를 해도 엄청난 부를 축적할 것 같은~~~ ㅎㅎ 그러한 생각이 들 정도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들 그의 노래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의 노래를 즐기던 바로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무엇인가를 찾으시는 듯했다. 그러더니 하모니카를 꺼내 노래 선율에 따라 장단을 맞추셨다. 저 아티스트의 노래도 좋았지만, 그 할아버지의 하모니카 연주도 덤으로 볼 수 있었다. 

 

음악은 그 자체로 언제나 선물이 될 때가 많다. 장르에 상관없이,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선율이 주는 느낌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을 떠올리는 나의 행복한 기억 속에는 아마도 그러한 음악의 힘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프랑스 파리와 사랑에 빠질 때에는 아마도 그곳에 그 음악이 흐르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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