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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식의 다리를 지나 카사노바의 집앞에, 곤돌라 위에서

굳이 곤돌라를 탈 생각은 없었다. 이미 골목 사이사이를 누비며 건너는 다리 위에서 수많은 곤돌라들을 마음껏 시선에 담은 후였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생각이 지나가고 있는 순간, 남편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핸드폰 화면으로 탄식의 다리를 스치는 곤돌라의 모습을 보여주자, 남편이 말했다. "베네치아에서 곤돌라는 타 줘야지!!!" 곤돌라(Gondola)는 길이 9m, 폭 1.5m 정도의 배로, '흔들리다'라는 의미를 지닌 좁고 길쭉한 배다. 약 3m나 되는 긴 노를 젓는데, 곤돌라의 사공을 '곤돌리에레'라고 부른다. 현재 베네치아에서 손님들을 태우는 곤돌라는 모두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다. 이는 한때 곤돌라를 치장하는 것이 너무나 지나쳐, 1562년에 시에서 검은색으로 통일할 것을 공포했다고 한다. 곤돌리에레..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산 마르코 광장, 오래된 카페 플로리안에서

산 마르코 종탑의 종루에서 느꼈던 감동을 가슴에 품은 채, 천천히 산 마르코 광장을 다시 걸었다. 베네치아에 도착하여 처음 발길을 옮겼던 불과 몇 시간 전의 기분과는 또 다른 색깔의 느낌이 들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비둘기 떼가 사람들의 머리 위를 맴돌다가는 바닥에 내려앉았다. 아이들은 그런 비둘기들이 반가웠는지, 비둘기 사이를 누볐다. 많아도 너무 많은 이 비둘기들. 특별한 계획도 없이 천천히 광장을 이리저리 구경하는 나에게 어디선가에서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이 들려왔다. 광장을 사이에 두고 자리한 카페에서는 악사들이 나와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랜드 피아노와 바이올린, 오보에, 콘트라베이스 등을 연주하는 악사들은 모두 나이가 지긋해 보였다. 오후가 깊어지는 시각, 광장의 서너 군데 카페에서는 각기 다른 ..

산 마르코 종탑에서 바라본 베니스의 하늘과 바람, 물이 그린 그림

이번 여행은 갑작스럽게 떠나와서, 사실 아무 계획도 없었다. 단지 목적지만 '베네치아'로 정해진 상황. 그러나 아침에 먹은 무심해 보이던 파스타의 맛에 빠져, 왠지 이곳에서 그려질 앞으로의 시간들이 적지 않은 기대감과 설렘으로 다가왔다. 나의 발길은 곧바로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으로 향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손꼽히는 이곳은 나폴레옹이 '유럽의 응접실'이라고도 극찬한 곳이다. ㄷ자 모양의 산 마르코 광장 주변에는 대성당을 비롯하여 베니스다운 건축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아름다운 건축물들 사이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물. 98.6미터 높이로 우뚝 솟아 있는 베니스의 상징, 바로 산 마르코 종탑(Campanile di San Marco)이다. 산 마르코 종탑을 쭉..

피자, 파스타, 젤라또까지, 베네치아 진짜 그럴 거야!!

2022년 6월 8일, 9시 51분에 수상버스 표를 끊고 30분 정도 물살을 가른 후에 나는 베네치아 본섬에 발을 들여놓았다. 정해진 목적지는 따로 없었다. 선착장을 빠져나와 무작정 보이는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 넓지 않은, 그러나 혼자 걷기에 비좁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독하게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선글라스와 모자는 필수가 되었다. 그러나 좁은 골목 사이로 들어오면 사정없이 내리쬐는 햇볕과도 숨바꼭질을 하듯, 태양은 나를 쫓아오지 못했다. 우선 산 마르코 광장 쪽으로 향했다. 어젯밤부터 야간 버스를 타고, 다시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로 갈아탄 후 비행기를 타기까지 너무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수상버스를 타고나서야 긴장감이 풀려 한순간에 피로감이 밀려왔다.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그러나 맛있는 식당..

낭만이 출렁이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 그곳으로

이탈리아를 선택했다면 로마도 있고, 밀라노, 피렌체, 나폴리도 떠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베네치아행 티켓을 끊었을까. 굳이 그 이유를 언급하자면, 그것은 매우 간단하다. 예기치 못한 1박 2일간의 휴가를 런던이 아닌 다른 곳에서 보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그냥 '베네치아'만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이유의 뮤직비디오의 배경이었던 알록달록 예쁜 부라노섬과 유리공예로 잘 알려진 무라노 등도 나는 관심이 없었다. 특별히 하고 싶은 무엇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베네치아 본섬에 가고 싶었다. 6월 8일, London Stansted Airport에서 6시 20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베네치아 마르코 폴로(Venice Marco Polo) 공항에 지연 없이 9시 20분경에 도착했다. 이곳 이탈리아..

발길을 머물게 하는, 런던 거리의 음악들

우리나라에서도 길거리 공연을 하는 모습들을 종종 보게 되지만, 영국 런던에서는 정말로 곳곳에서 버스킹의 향연이 펼쳐진다.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 광장뿐만 아니라, 지하철 역 입구나 건널목 한편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지난번에 소개한 적이 있는 서점 워터스톤즈(Waterstones) 앞에서 멋진 기타 연주와 마주쳤다. 서있는 그곳이 바로 무대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청중이었다. 내셔널 갤러리에 가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화단 옆에 앉아버렸다. 이 날은 트라팔가 광장에 무척이나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던 날이었는데, 무더운 날씨는 그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캠든 마켓(Camden Market)을 보고 오다가 전철역 앞에서 만난 공연. 사실 이 사람 건너편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런..

Here/영국 런던 2022.07.01

귀국, 히드로 공항에서 드디어 집으로 가는 길

지금 나는 히드로 공항에 있다. 오후 19시 35분 비행기를 타고, 13시간 정도를 날아가면 드디어 서울에 도착한다. 8시간의 시차가 나니, 내일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인천공항을 밟게 된다. 지난 6일 런던에 도착하여 오늘까지 20일 동안 이곳에 머물렀다. 그 사이 회의 차 프랑스 파리에서 2박 3일을 지냈고, 예기치 못한 여유가 생겨 1박 2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다녀왔다. 지난 2020년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오게 된 영국으로의 출장길. 2년 전 4월에는 세계를 긴장시킨 팬데믹으로 인해 귀국길조차 녹록하지 않았다. 급박해진 상황에 비행기를 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마스크를 구하기도 어려웠는데, 비행기를 타려면 꼭 KF94 마스크를 써야 했다. 한국에서 항공으로 마스크를 보냈지만, 코로나로 인해 내..

Here/영국 런던 2022.06.29

카드 한 장, 꽃 한송이에 당신을 향한 마음을 담아

영국에서 고개만 돌려도 쉽게 볼 수 있는 것들 중의 하나는 바로 예쁜 꽃들과 편지를 쓸 수 있는 카드 진열대이다. 거리의 식당이나 펍들은 그들의 공간에 맞게 꽃들로 장식되어 있고, 가정집 창가에도 몇 송이의 꽃이 꽂아진 화병이 놓여 있다. 그래서 사실 길을 걸으면서도, 자꾸만 남의 집들의 꽃들을 훔쳐보게 된다. 마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M&S를 비롯한, Sainsbury's, Tesco, Waitrose, Morrisons, Lidl, Aldi, CO-OP 등의 다양한 마트들의 입구에는 모두 꽃과 화분들이 자리해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수많은 종류의 카드들이 진열대 위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뽐낸다. 우리나라에서도 엽서나 카드, 편지지를 판매하는 곳들이 많지만, 이곳 영국에는 정말로 수없이 많다. 그리고..

Here/영국 런던 2022.06.24

아지트 같은 런던의 크고 작은 서점들

거리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이층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펍에서도, 공원 벤치에서도 책장을 넘기고 있다. 런던에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서점들이 많다. 영화 에 나오는 서점에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사실 그곳 말고도 한 번쯤 방문해 보면 좋은 곳들이 곳곳에 즐비하다. 대문호 셰익스피어로부터 해리포터 작가 J. K. 롤링에 이르기까지 현재에도 여전히 생생하게 호흡하고 있는 활자의 힘을 런던의 서점들에서 만나게 된다. 소호 거리에는 그래픽 및 일러스트, 만화책을 전문으로 하는 고쉬(Gosh) 코믹스가 있고, 윈스턴 처칠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단골 서점이었던 헤이우드 힐(Heywood Hill) 서점이 버킹엄 궁전 ..

Here/영국 런던 2022.06.23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 버로우 마켓

버로우 마켓(Borough Market)은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으로, 현지인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신선한 과일과 야채, 생선은 물론 다양한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 특히 개인들이 만들어온 수제 먹거리들을 그 자리에서 맛볼 수 있어 먹는 즐거움도 크다. 치즈나 수제잼도 인기가 있고, 사람들이 직접 구워온 빵들도 시선을 멈추게 한다. 보통 평일에는 오전 10시에 오픈하여 오후 5시경에는 문을 닫는데, 요일마다 그 시간이 약간씩 조정되니 찾아갈 때에는 검색을 해보는 것도 좋다. 특히 일요일에는 오후 3시까지로, 운영 시간이 제일 짧다. 8 Southwark Street. London SE1 1TL 주중 10:00~17:00 토요일 8:00~17:00 일요일 10:00~15:00 영..

Here/영국 런던 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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