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 오후, 아들과 함께 대학로에 갔다. 갑자기 어두워진 하늘에서 무섭게 소나기가 쏟아지더니, 금세 뜨거운 햇살이 열기를 뿜어댔다. 이화로터리에서 혜화로터리까지 천천히 걸으며 대학로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오래전 그날, 서울대가 관악산으로 캠퍼스를 이전하기 전인 1975년까지 대학로에 자리 잡고 있었던 문리대 캠퍼스에 대한 이야기와 그 시절 지식인들의 치열했던 고뇌와 만날 수 있는 학림다방에 대한 추억까지,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시대도 전혀 다를 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들이 어렸을 때, 마로니에 공원에서 즐겁게 뛰어다녔던 일과 대학로에 있던 로봇박물관에 자주 왔던 이야기, 이곳의 어느 식당에서 가족이 함께 밥을 먹었던 추억까지 하나하나 소환되고 있었다.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연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