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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아름다움/음악 88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동일하면서 다른 시간이 녹아든 수학적인 음악

영화 에서 주인공 라슬로 알마시를 간호하며 마지막 죽음까지 함께했던 한나 역을 맡은 쥘리에트 비노슈가 폐허가 된 수도원에서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에서도 상상의 나래를 펼치듯 조금 빠른 템포의 피아노 연주곡이 경쾌하게 들려옵니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주연한 에서도, 한니발 렉터 박사 역으로 안소니 홉킨스가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주었던 에서도 같은 곡명의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 하나의 동일한 음악이 달콤한 로맨스에도, 공포스러운 범죄와 스릴러 장르에서도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요. 여러분들께서도 이미 눈치를 채셨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들 모두에서 완벽하게 어울렸던 음악은 바로 바흐의 입니다. 1741년에 작곡된 이 곡..

이어령 정말 그럴 때가, 정말 그런 날에는 슈베르트 세레나데를

정말 그럴 때가 이어령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누가 "괜찮니"라고 말을 걸어도 금세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노엽고 외로운 때가 있을 겁니다. 내 신발 옆에 벗어놓았던 작은 신발들 내 편지봉투에 적은 수신인들의 이름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이던 말소리들은 지금 모두 다 어디 있는가. 아니 정말 그런 것들이 있기라도 했었는가. 그런 때에는 연필 한 자루 잘 깎아 글을 씁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손톱에 대하여 문득 발견한 묵은 흉터에 대하여 떨어진 단추에 대하여 빗방울에 대하여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정말 그럴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어..

쇼팽의 녹턴(Nocturne), 피아노의 시인이 부르는 아련한 밤의 노래

녹턴, 피아노로 부르는 밤의 노래 쇼팽은 자신의 녹턴에 대해 '피아노로 부르는 노래'라는 표현을 했다고 전해진다. 1827년부터 1847년에 걸쳐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는 녹턴은 모두 21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 19번, 20번, 21번은 쇼팽이 세상을 떠난 후에 출판되었다. 39년이라는 짧은 생애를 살다 간 쇼팽의 삶에 있어서 녹턴은 그의 평생의 벗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녹턴'은 밤을 말하는 Nox와 때를 의미하는 Urnus가 합해진 단어로, 라틴어에서 기원했다. 원래 녹턴의 시작은 아이랜드 작곡가인 존 필드(1782~1837)가 만든 음악으로부터 비롯되었다. 피아노 소품 형식으로 된 그의 작품은 부드럽고 감성적인 서정성으로 인기를 모았고, 쇼팽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게 되었다. 그러한 녹턴은 쇼팽..

외로움과 고독 너머의 요하네스 브람스, 그의 사랑과 그리움

외로움과 고독 너머의 브람스 바흐, 베토벤과 함께 독일의 '3B' 음악가로 일컬어지는 요하네스 브람스를 말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슈만과 클라라를 함께 떠올린다. 물론 1853년 브람스의 나이 스무 살 때 만난 슈만과 클라라 부부는 그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두 사람임에 틀림없다. 브람스의 스승이 된 슈만은 당시 음악가로서의 명성도 높았고, 라는 음악평론지의 편집장으로 일하며 신인이었던 브람스의 이름을 알릴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또한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 역시 브람스의 재능을 알아보고는 그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슈만이 자살 시도를 했을 때에도, 그리고 세상을 떠난 후에도 브람스는 클라라 곁에서 그의 가족들을 돕게 된다. 브람스가 결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람들은 클라라를..

출근길에 들은 노래 한 곡, 크리스토퍼의 <When I Get Old>

When I Get Old 내가 나이 들면 젊은 시절을 돌아보며 청춘이 평생 지속됐길 바라겠지 어제가 아주 멀게 느껴져 긴 드레스 그리고 맨발 황금빛과 파란색이 가득했던 여름밤 그 시절이 담긴 사진 속에 갇힌 것 같아 이 기억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내게 속삭여줘, 세상이 바로 우리 발 앞에 있어 그저 여기 앉아서 널 바라보고 싶어 아마 그게 내가 하는 전부일 거야 내가 나이 들면 젊은 시절을 돌아보며 청춘이 평생 지속됐길 바라겠지 어제가 아주 멀게 느껴져 그 수많은 밤들은 어디 간 걸까 우리가 같이 보낸 시간들은? 어제가 아주 멀게 느껴져 일어나서 미소 지어 네 헤이즐넛 색 눈동자가 너무 아름다워서 내가 늙으면 그것만 생각하고 싶어 소리 내어 말하면 안 될 것 같아 희망과 꿈이 너무 커서 조금 두렵고 내..

엘가의 첼로 협주곡, 재클린 뒤 프레와 다니엘 바렌보임의 호흡

재클린 뒤 프레와 다니엘 바렌보임의 호흡 엘가의 첼로 협주곡 '우아한 영국의 장미'라 불리는 세계적인 여성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 그리고 3백여 곡의 레퍼토리를 언제든지 악보 없이 연주할 수 있는 뛰어난 기억력의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아마도 이 두 음악가의 이름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한때 영국이 그들의 국화인 장미에 비유했던 재클린 뒤 프레는 첼로를 사랑했던 천재 연주자였습니다. 지금까지도 첼로를 말할 때는 언제나 같이 떠올리게 되는 그녀는 13년간의 연주생활을 뒤로 14년간의 투병생활을 거쳐, 너무나 안타까운 42년을 살았습니다. 전 세계의 매스컴과 팬들로부터 더 이상 받기 힘든 최고의 찬사와 사랑을 받았지만, 다발성 증후군이라는 희귀한 병으로 끝내는 눈물조차 ..

그 카리스마적인 전율, 레이니썬

그 카리스마적인 전율 레이니썬 RainySun 1960년대 말 뉴욕을 기점으로 루 리드와 패티 스미스, 톰 웨이츠, 토드 런그렌 등을 중심으로 일어난 작은 움직임은 1980년대에 이르러 섹스 피스톨스와 뉴욕 돌스 등을 통해 펑크와 뉴 웨이브의 오버그라운드로 등장하였습니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색깔의 음악세계를 추구하였다는 점인데요. 그 공연활동 또한 클럽이나 카페 등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레코드는 출반 했더라도 방송 매체에 굳이 얽매이지 않았던 그들은 라이브만을 고집하는 진정한 실력자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한 그들을 일컬어 사람들은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라고 명명합니다. 1980년대 통기타 가수들의 업소 출현이 감소하고 소..

깊은 밤, 달빛 아래에서 들려오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깊은 밤, 달빛 아래에서 들려오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은 스페인의 작곡가이자 기타 연주자인 프란치스코 타레가가 1896년에 작곡한 기타 연주곡입니다. 영화 킬링필드의 삽입곡으로도 유명한 이 곡은 원래 라는 제목과 라는 부제가 덧붙여진 곡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출판사에서 으로 제목을 고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타레가가 남편과 사별한 콘차 부인을 사모하게 되어 그 사랑을 고백했지만, 결국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아 괴로워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달빛 아래의 알함브라 궁전을 거닐다가 만든 음악이 바로 이라는 기록들이 전해집니다. 몇 번째 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왕이 첫 번째 아내가 낳은 아들들의 목을 죄다 베어 죽게 했다는 아벤세라헤스의 방이 있는 알함브라 궁전은 일 년..

푸르트뱅글러 지휘의 마지막 실황 음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푸르트뱅글러 지휘의 마지막 실황 음반 베토벤 교향곡 9번 1995년 그라모폰 히스토릭 비 성악 부분 수상의 영광을 차지한 이 음반은 1954년 8월 22일 루체른 페스티벌에서의 실황 녹음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루체른 공연은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뱅글러의 마지막 유산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이 연주 이후 석 달만에 푸르트뱅글러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역시 자신들을 초월하는 연주였다는 평가를 지금에 이르기까지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그 이유를 찾고자 합니다. 듣는 이에게 남모를 경외감을 부여하고 있는 제1악장과 더불어 청중에게 새로운 생명감을 안겨주는 스케르초와 아다지오의 서정성이 마지막 악장에 이르기까지 강한 황홀경에 빠져들게 합니다..

마법 속의 아름다움, 사라 브라이트만

마법 속의 아름다움 사라 브라이트만 클래식 성악곡을 비롯한 오페라 아리아와 종교음악 등의 고전에서부터 팝에 이르는 대중음악까지 그녀의 한계는 느껴지지 않는다. '클래시컬 팝 싱어의 여왕'이라는 하나의 수식어만으로는 왠지 부족함이 적지 않은 사라 브라이트만의 폭넓은 음악 세계. 그녀의 목소리는 그 어느 누구도 헤어날 수 없는 강한 유혹을 전이시키고 있다. "크리스틴! 너는 완벽했어. 너에게 노래를 가르쳐준 사람이 누구지?" "아버지가 천사에 대하여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나는 그가 나타날 것이라고 믿었었어. 그를 본 적은 없지만, 천사가 나에게 노래를 가르쳐준 거야." "크리스틴, 아마도 너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일 거야." "음악의 천사가 날 가르쳐 주고 이끌어 주고 있어. 음악의 천사여, 더 이상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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