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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너머/작은 이야기 113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백창우 이렇게 아무런 꿈도 없이 살아갈 수는 없지가문 가슴에, 어둡고 막막한 가슴에푸른 하늘 열릴 날이 있을거야고운 아침 맞을 날이 있을거야 길이 없다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그대, 그 자리에 머물지 말렴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그 길 위로 희망의 별 오를테니 길을 가는 사람만이 볼 수 있지길을 가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지걸어가렴, 어느 날 그대 마음에 난 길 위로그대 꿈꾸던 세상의 음악이 울릴테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이제부터 걸어갈 길 사이에겨울나무처럼 그대는 고단하게 서 있지만길은 끝나지 않았어, 끝이라고 생각될 때그때가 바로,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인 걸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다시 시작되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그 길을 ..

남편은 참 멋진 고모부이다

오늘은 두 명의 조카와 데이트를 했다. 잠실 롯데백화점에서 만난 우리는 에코 매장으로 향했다. 얼마 전 취직을 해서 여의도 직장인이 된 조카와 좋은 일이 생긴 대학생 조카를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사실 용돈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신발을 사주고 싶다면서 조카들과 약속을 잡았다. 남편은 조카들에게 발이 편안한 신발을 사주고 싶다고 했다. 에코는 남편과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이고, 그래서 우리는 이 브랜드의 신발을 자주 신는다. 조카들에게 마음에 드는 신발을 골라 보라고 말한 남편은 세세하게 살펴준다. 취향이 각기 다른 조카들이 전혀 다른 유형의 신발을 선택했다. 마음에 들어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남편도 나도 기분이 좋았다.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들도 나누는 시간이 즐거웠다...

반짝거렸다, 그 마음이

지난 일요일, 남편과 나는 새벽같이 일어나 시골로 향했다. 아빠가 홀로 계시고 나서부터는, 삼남매인 우리는 굳이 말은 하지 않았어도 되도록이면 서로 엇갈려 내려가게 되었다.큰 행사나 기념일을 빼고는,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 그렇게 했다. 한꺼번에 내려왔다가 우르르 되돌아가면, 왠지 아빠의 마음이 더 허전할까 봐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큰오빠와 작은오빠, 그리고 나는 서로 시간이 되는 사람이 서로 비켜가며 시골로 향했고, 누군가 출장이나 다른 일이 생겼을 때에는 여유가 되는 사람이 내려갔다.어떤 경우에는 의도치 않게 두 집이 같이 내려가는 일이 생기기도 했지만, 엄마가 떠나신 뒤에 우리는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아빠 혼자 주말을 보내시지 않도록 신경을 썼던 것 같다. 때로는 친구분들과 약속이 있으시거나,..

우리들의 그리움도 단단해진 것은 아닐까

시골에 내려가기 전에 꽃집에 들렀다. 이번에는 남편이 꽃을 골랐다. 카네이션은 세 송이만, 그리고 이렇게 세 가지 종류의 장미를 화병과 함께 구입했다. 집에도 꽃병이 있었지만, 남편은 이 꽃병이 튼튼해 보여 마음에 든다고 했다. 엄마는 꽃을 좋아하셨다. 남편은 처음 우리집에 인사를 올 때에도 한아름 장미꽃을 엄마 품에 안겼고, 매년 어버이날에도 카네이션을 두 팔 가득 꽃다발로 준비했으며, 때때로 큼직한 꽃바구니를 준비해 시골집에 갖고 가곤 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늘 거실 테이블 위에 남편이 사 갖고 간 꽃들을 화병에 꽂아 놓고는 그것을 바라보며 행복해하셨다. 아빠는 꽃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앞마당에 각기 다른 종류의 나무들과 꽃들을 심으셨고, 그래서 나는 어려서부터 꽃향기를 많이 맡으면서 자랐었다..

호랑이 장가 가는 날, 아빠와 함께

얼마 전 시골에 내려가는데,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어둑어둑해졌다. 금방이라도 빗줄기가 쏟아질 것만 같더니, 우두두둑 세찬 빗방울이 내리는가 싶더니, 곧이어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우박까지 쏟아졌다. 그리고는 아빠가 계신 곳에 다다를 즈음, 하늘은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다시 화창해졌다. 올해는 집 앞 석촌호수의 벚꽃도 보지 못했고 제대로 된 꽃구경도 다녀올 시간이 없었는데, 시골에 내려와 마음껏 봄향기를 만날 수 있었다. 아빠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 또다시 하늘에서 먹구름이 밀려왔다. 그리고는 다시 비가 내렸다. 아빠와 함께 남편과 나는 마치 호랑이 결혼식에 초대받은 것 같았다. 내가 어렸을 때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맑았던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다시 맑아지면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이..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정호승 '고래를 위하여'

고래를 위하여정호승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푸른 바다가 아니지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 올라별을 바라본다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밤하늘 별들을 바라본다 외근을 나가는 길에 택시를 타게 되었다. 택시 안에서는 낯익은 안치환 가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처음 듣는 노래였다. 안치환의 노래 중에 이런 것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귀 기울여 보니, 정호승 시인의 '고래를 위하여'라는 시였다.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청년이 아니지 오래전 나는 '고래를 위하여'라는 시에서 위의 대목이 마음에 와닿았었다. 그래서 늘..

김현승 '고독한 이유', 고독은 자유다

고독한 이유김현승 고독은 정직하다.고독은 신을 만들지 않고,고독은 무한의 누룩으로부풀지 않는다. 고독은 자유다.고독은 군중 속에 갇히지 않고,고독은 군중의 술을 마시지도 않는다. 고독은 마침내 목적이다.고독하지 않은 사람에게도고독은 목적 밖의 목적이다.목적 위의 목적이다. 그 누군가가 고독을 누린다면,그는 앞으로 더 단단해지고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저는 고독 예찬론자입니다.고독으로 충만한 시간을 충분히 우려내고 나면창의력도, 명석함도 깨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그러니 고독을 두려워하지 말고,그와 함께 마음껏 즐겨보는 것도어쩌면 또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사..

봄이라서, 봄이니까

저녁을 먹고 난 후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아랫집에 사시는 이쁜이 여사님이 올라오셨다. 아마도 나의 오래된 티친 분들은 우리 아파트의 이쁜이 여사님을 기억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수줍은 라떼아트를 연습하시던, 바로 그 여사님이시다. "낮에 코스트코에 다녀왔어. 봄이라서, 모두들 달콤하게 지내라고."여사님은 초콜릿 상자를 내 손에 쥐어 주셨다. 그렇게 길리안 디 오리지널 씨쉘 초콜릿은 오늘 우리 동의 여러 집에 진하고 부드러운 달콤함을 퍼뜨리게 되었다. 벨기에 길리안 디 오리지널 씨쉘 초콜릿은 1958년 휴가를 간 벨기에 해안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브랜드라고 한다. 여러 가지 조개 모양으로, 그 맛은 부드럽고 고소하다. 봄이라서, 달콤하게봄이라서, 달콤하게봄이라서, 달콤하게남편과 함께 예쁜 조개 초콜릿..

무엇을 시작하기에 충분할 만큼 완벽한 때는 없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인생은 없습니다. 인생에 완성이 있다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것 자체가 완성입니다. 인생은 완성하는 데에 있지 않고 성장하는 데에 있습니다. 지금 무엇을 시작하고 싶으면 충분한  때를 기다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무엇을 시작하기에 충분할 만큼 완벽한 때는 없다'는 왕저웨이 감독의 말을 늘 기억하는 게 좋습니다.정호승 산문집 중에서   요즘 정호승 산문집 를 읽고 있는데요. 책 군데군데에서 흘러나오는 따스함이 참 좋답니다. 오늘 위의 문단을 읽으면서 왠지 저도 모르게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연초부터 시작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는데, 사실은 아직 첫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돌이켜 생각해 보니, 아마도 저도 모르게 그 완벽한 때를 자꾸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

신동엽 '4월은 갈아엎는 달', 사월(四月)은 일어서는 달

4월(月)은 갈아엎는 달신동엽 내 고향은강 언덕에 있었다.해마다 봄이 오면피어나는 가난. 지금도흰 물 내려다보이는 언덕무너진 토방가선시퍼런 풀줄기 우그려넣고 있을아, 죄 없이 눈만 큰 어린것들. 미치고 싶었다.사월(四月)이 오면산천(山川)은 껍질을 찢고속잎은 돋아나는데,사월(四月)이 오면내 가슴에도 속잎은 돋아나고 있는데,우리네 조국(祖國)에도어느 머언 심저(心底), 분명새로운 속잎은 돋아오고 있는데, 미치고 싶었다.사월(四月)이 오면곰나루서 피 터진 동학(東學)의 함성,광화문(光化門)서 목 터진 사월(四月)의 승리(勝利)여. 강산(江山)을 덮어, 화창한진달래는 피어나는데,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놓고, 갈아엎었으면이 균스러운 부패와 향락(享樂)의 불야성(不夜城) 갈아엎었으면갈아엎은 한강연안(漢江沿岸)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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