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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너머/작은 이야기 105

무엇을 시작하기에 충분할 만큼 완벽한 때는 없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인생은 없습니다. 인생에 완성이 있다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것 자체가 완성입니다. 인생은 완성하는 데에 있지 않고 성장하는 데에 있습니다. 지금 무엇을 시작하고 싶으면 충분한  때를 기다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무엇을 시작하기에 충분할 만큼 완벽한 때는 없다'는 왕저웨이 감독의 말을 늘 기억하는 게 좋습니다.정호승 산문집 중에서   요즘 정호승 산문집 를 읽고 있는데요. 책 군데군데에서 흘러나오는 따스함이 참 좋답니다. 오늘 위의 문단을 읽으면서 왠지 저도 모르게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연초부터 시작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는데, 사실은 아직 첫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돌이켜 생각해 보니, 아마도 저도 모르게 그 완벽한 때를 자꾸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

신동엽 '4월은 갈아엎는 달', 사월(四月)은 일어서는 달

4월(月)은 갈아엎는 달신동엽 내 고향은강 언덕에 있었다.해마다 봄이 오면피어나는 가난. 지금도흰 물 내려다보이는 언덕무너진 토방가선시퍼런 풀줄기 우그려넣고 있을아, 죄 없이 눈만 큰 어린것들. 미치고 싶었다.사월(四月)이 오면산천(山川)은 껍질을 찢고속잎은 돋아나는데,사월(四月)이 오면내 가슴에도 속잎은 돋아나고 있는데,우리네 조국(祖國)에도어느 머언 심저(心底), 분명새로운 속잎은 돋아오고 있는데, 미치고 싶었다.사월(四月)이 오면곰나루서 피 터진 동학(東學)의 함성,광화문(光化門)서 목 터진 사월(四月)의 승리(勝利)여. 강산(江山)을 덮어, 화창한진달래는 피어나는데,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놓고, 갈아엎었으면이 균스러운 부패와 향락(享樂)의 불야성(不夜城) 갈아엎었으면갈아엎은 한강연안(漢江沿岸)에다..

푸르고 예쁘게, 향기를 피우며

지난 토요일, 결혼식이 있어 대전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섰지만, 경부고속도로가 꽉 막힌 상태. 우리는 돌고 돌아 아산을 거쳐 세종을 지나는 길을 선택했다.  다들 어디로 향하는 거지? 이쪽 길도 그리 만만치는 않았다. 이 즈음에서는 나와 줘야 하는데. 길가에 쭉 늘어선 호두과자 판매점. 남편이 차를 세우고, 천안태극당 호두과자를 사 왔다. 남편 입에 하나 쏙 넣어주고, 나도 하나 먹고, 다시 남편에게, 또 나에게~~~ 금세 흔적도 없이 다 비워버렸다. 세종을 지나는 길에 만난, 도로 중앙에 설치되어 있는 저 길이 특이했다. 나중에 보니, 자전거도로였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 결혼식장 로비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다가왔다. 오늘은 왕선배님이 혼주다. 그 옛날 우리들은 ..

매일 조금씩 시간을 견뎌야 할 때가 있다면

대나무는 매우 빠르게 자라는 식물이다. 그러나 대나무 씨앗에서 싹이 트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며 몇 달이 지나고 심지어 1년이 지나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3년을 계속해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변화가 없지만 사실 대나무는 그 시간 동안 땅 아래에서 매우 정교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4~5년 정도 지나면 비로소 싹이 나고, 그때부터는 아주 빠르게 자라기 시작한다. 죽순에서 20미터 이상의 대나무로 자라기까지 고작 40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다. 다 자란 대나무의 길이는 30미터 가까이 되며 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식물로 꼽힌다. 대나무가 이렇게 크고 강하게 자랄 수 있는 것은 모두 오랜 시간 동안 힘을 축적한 덕분이다. 또한 중간중간 성장을 멈추고 내부에 힘을 모은 ..

가장 짧았던 주례사, 칼릴 지브란의 '결혼에 대하여'

결혼에 대하여칼릴 지브란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니영원히 함께하리라.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삶을 갈라놓을 때에도그대들은 함께 하리라.그리고 신의 고요한 기억 속에서도영원히 함께 하리라.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그리하여 공중의 바람이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그보다 그대들의 혼과 혼이 두 언덕사이에서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서로의 잔을 채워주되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서로의 음식을 주되한쪽의 음식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즐거워하되때로는 홀로 있기도 하라.마치 현악기의 줄들이하나의 음악을 연주할지라도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의 마음을 주라.그러나 서로의 마음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오직 생명의 손길만이그대의 마음을 간직할 수 있다.함께 서 있으라.그..

노오란 해바라기는 태양같이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해바라기의 비명(碑銘)-청년화가 l을 위하여함형수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빗돌을 세우지 말라.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함형수 시인은 1914년에 태어나 1946년에 32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달리했다. 시 열일곱 편을 남겼을 뿐이다. 이 시 '해바라기의 비명'은 정신착란을 앓다가 짧은 생을 끝낸 함형수 시인이 살아 숨 쉬는 듯하다. 반 고흐의 작품 에 토마토 수프가 뿌려지다니에 토마토 수프가 뿌려지다니" data-og-descriptio..

눈 내린 맑은 하늘 아래 거친 물결

대체공휴일이었던 오늘, 남편과 함께 드라이브를 나갔다. 설악 IC를 지나 청평호를 바라보며 서종을 거쳐 양수리를 지나 팔당까지. 기온이 내려가 바람은 매서웠지만, 하늘은 청명했다.  강원도에 눈이 많이 내렸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가평으로 가는 길에도 제법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이 눈이 올초에 보는 마지막 눈일까. 아직도 하얗게 내린 눈을 보면, 여전히 기분이 설렌다.  우리 옆을 지나는 버스. 남편과 나는 저 강릉바다로 달려가고 싶었다.  3월의 첫날과 둘째 날을 바쁘게 지낸 우리. 이번 달도 여전히 빡빡한 일정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결혼식과 가족모임들, 지방과 해외출장 등 앞으로 다가올 3월의 토요일과 일요일은 이미 일정들이 채워진 상태이다. 그래서 오늘 우리만의 시간은 더욱 즐거웠다. 집을 ..

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

두 번은 없다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여름에도 겨울에도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

헤르만 헤세가 들려주는 '봄의 말'에 귀 기울여 봅니다

봄의 말헤르만 헤세 아이들은 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살아라, 자라라, 꽃 피워라, 희망하라, 사랑하라,기뻐하라, 새싹을 틔워라,몰두하라. 그리고 삶을 두려워하지 마라. 늙은이들도 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늙은이여, 네 몸을 땅에 묻어라.활기찬 소년들에게 자리를 양보해라.몰두하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들려오는 봄의 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그 속살거림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이성부 시인의 '봄'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이성부 시인의 '봄'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

구름이 날아가 버렸다

구름이 딱 걸렸다. 시골에 내려갈 때마다 주로 지나가게 되는 서해대교. 나는 이곳의 구름들이 참 좋다.  오늘의 이 구름들이 어제의 그 구름들은 아니겠지.그것이 무슨 상관일까.구름, 너희들이면 되지 않나. 설 연휴에도 오갔던 이 길을 일주일 만에 다시 달린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설 연휴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고속도로도 한산하다.  시골에 도착해서 아빠를 모시고 드라이브를 나갔다. 눈 덮인 귀여운 이 자동차. 아빠와 남편과 함께 까르르 웃었다.  저건 뭐야? 새조개와 함께 수산물?왜? 새조개, 너! 일 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음~~~ 뭔가 일이 벌어진 것이 틀림없어.  그랬구나. 에궁~~~ 시원한 바닷바람이나 마셔야겠어. 그래, 네가 주인공이다. 참 간단명료하네, . 군더더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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