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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너머/작은 이야기 65

이형기 낙화,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낙화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머지않아 열매 맺는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섬세한 손길을 흔들며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내 영혼의 슬픈 눈.  꽃잎이 떨어지고,어김없이올 봄날도 떠나가고 있다. 봄이 떠난 빈 자리,남아 있는 사람들은길을 잃지 말아야 할 텐데...... 가야 할 때가... ..

정일근 사월에 걸려온 전화,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사월에 걸려온 전화 정일근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 깔깔 웃던 여자 친구가 꽃이 좋으니 한 번 다녀가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때의 화끈거리던 낯붉힘도 말갛게 지워지고 첫사랑의 두근거리던 시간도 사라지고 그녀나 나나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 감추려고 괜히 바쁘다며 꽃은 질 때가 아름다우니 그때 가겠다, 말했지만 친구는 너 울지, 너 울지 하면서 놀리다 저도 ..

박인환 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내 가슴에 있어

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지난주 점심시간에 회사 앞의 자주 가는 백반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 그리 크지 않은, 4인용 테이블만 여섯 개 놓인 그곳은 노부부가 오래전부터 꾸려온 작은 식당이다. 아내는 주방에서 주문받은 음식들을 만드시고, 남편은 서빙은 담당하신다. 이곳의 제일 인기 있는 메뉴는 오삼불고기이다. 물론 여러 가..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이성부 시인의 '봄'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의 불청객 춘곤증과 봄철 피부 관리 및 운동 봄의 불청객 춘곤증과 봄철 피부 관리 및 운동 봄의 불청객 춘곤증과 봄철 피부 관리 및 운동 봄의 불청객, 춘곤증은 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조금은 불편한 단골손님입니다. 식사를..

강재윤 '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사랑은 살아지는 것

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강재윤 견딜 수 없는 날들은 견디지 마라 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그리움을 견디고 사랑을 참아 보고 싶은 마음, 병이 된다면 그것이 어찌 사랑이겠느냐 그것이 어찌 그리움이겠느냐 견딜 수 없이 보고 싶을 때는 견디지 마라 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우리 사랑은 몇 천 년을 참아 왔느냐 참다가 병이 되고 사랑하다 죽어버린다면 그것이 사랑이겠느냐 사랑의 독이 아니겠느냐 사랑의 죽음이 아니겠느냐 사랑이 불꽃처럼 타오르다 연기처럼 사라진다고 말하지 마라 사랑은 살아지는 것 죽음으로 완성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머지않아 그리움의 때가 오리라 사랑의 날들이 오리라 견딜 수 없는 날들은 견디지 마라 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아픔을 ..

로버트 슐러 '실패의 의미', 당신이 기꺼이 시도해 보았다는 의미

실패의 의미 로버트 슐러 실패란 당신이 실패자란 의미가 아니다.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할 따름이다. 실패란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무언가를 터득했다는 의미일 뿐이다. 실패란 바보였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당신이 믿음이 많은 사람이었다는 뜻일 뿐이다. 실패란 불명예가 아니다. 당신이 기꺼이 시도해 보았다는 의미일 뿐이다. 실패란 무엇을 얻지 못했다는 말이 아니다. 무언가 다른 방향으로 시도해 봐야 한다는 말일 뿐이다. 실패란 당신이 열등한 존재라는 의미가 아니다. 아직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는 말일 뿐이다. 실패란 인생을 허비했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실패란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좀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말..

아빠는 항상 오늘이 제일 행복하다는 말씀을 하신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남편이 시골에 내려가자고 했다. 나는 사실 얼마 전에 다녀왔고, 또 다음 주에 60여 명이 모이는 시댁모임이 수덕사 근처에서 있어, 그때 겸사겸사 아빠를 뵙고 올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젯밤에 남편이 일이 많아 늦은 밤에 퇴근하고, 월요일에 출장이 잡혀 있어 이번주는 집에서 푹 쉬게 할 마음이었다. 집을 나서기 전에 아빠께 전화를 드리니, 아마도 이번주에는 오빠들이 모두 바빠서 내려오지 않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렇다면 빨리 내려가야지, 하는 생각에 밑반찬을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채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차는 그리 많이 막히지 않았다. 아빠댁의 현관문에 들어서니, 엉~~~ 작은오빠 얼굴이 보였다. "바쁜데 어떻게 내려왔어?" 하는 내 말에,..

오세영 언제인가 한 번은, 소리 없이 흐르는 흰 구름을 바라본다

언제인가 한 번은 우지마라 냇물이여, 언제인가 한 번은 떠나는 것이란다. 우지마라 바람이여, 언제인가 한 번은 버리는 것이란다. 계곡에 구르는 돌멩이처럼, 마른 가지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삶이란 이렇듯 꿈꾸는 것. 어차피 한 번은 헤어지는 길인데 슬픔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청솔 푸른 그늘 아래 누워 소리 없이 흐르는 흰 구름을 보아라. 격정에 지쳐 우는 냇물도 어차피 한 번은 떠나는 것이란다. _ 오세영 시골에 내려갔다가 서울로 올라가는 길, 서해대교 케이블에 구름들이 멋지게 걸려 있었다. 그 아름다운 풍광이 꼭 내 마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신 가정에서는 모두들 그러하지 않을까. 아빠를 뵙고 다시 일상을 향해 헤어지는 마음은 서해대교 케이블에 걸려 있는 저 구름처럼, 내 마음 어..

사족(蛇足), 뱀의 발까지 그리다

사족(蛇足) 사족(蛇足)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뱀의 발'을 뜻합니다. 원래 이 말은 제나라를 방문한 진나라의 사신인 진진이 제나라 민왕의 요청으로, 초나라의 재상인 소양을 만나 제나라에 대한 공격 계획을 철회하라고 설득할 때 인용한 이야기인데요.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국 시대인 초나라 회왕 때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인색한 사람이 제사를 지낸 후에 여러 하인들 앞에 술 한 잔을 내놓으면서 서로 나누어 마시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한 하인이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나누어 마신다면 간에 기별도 안 갈 테니, 땅바닥에 뱀을 제일 먼저 그리는 사람이 혼자 다 마시면 어떻겠냐?"라고요. 그 말을 들은 하인들이 모두 찬성을 하고는, 각자 땅바닥에 뱀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곧이어 어느 하인..

유치환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언제였던가. 중학교 시절, 아니면 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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