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8일, 9시 51분에 수상버스 표를 끊고 30분 정도 물살을 가른 후에 나는 베네치아 본섬에 발을 들여놓았다. 정해진 목적지는 따로 없었다. 선착장을 빠져나와 무작정 보이는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 넓지 않은, 그러나 혼자 걷기에 비좁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독하게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선글라스와 모자는 필수가 되었다. 그러나 좁은 골목 사이로 들어오면 사정없이 내리쬐는 햇볕과도 숨바꼭질을 하듯, 태양은 나를 쫓아오지 못했다. 우선 산 마르코 광장 쪽으로 향했다. 어젯밤부터 야간 버스를 타고, 다시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로 갈아탄 후 비행기를 타기까지 너무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수상버스를 타고나서야 긴장감이 풀려 한순간에 피로감이 밀려왔다.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그러나 맛있는 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