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서의 이튿날,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는 빗나가지 않았다. 보슬보슬 내리던 여린 빗방울이 정오가 지나자 제법 세찬 빗줄기로 변해 있었다. 6342 A LE TOLE에서 파스타를 먹고 그 맛있는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골목길을 걸었다. 그런데 조금 더 강해진 빗줄기가 자꾸만 바람을 타고 우산 속으로까지 눈치 없어 넘어와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시야에 세 개의 야외 테이블이 놓인 조그마한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위치한, 간판도 없는 카페 내부에는 옆에 내려놓은 여행가방으로 미루어 보아 관광객인 듯한 노부부가 앉아 있었다. 나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받아 들고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카페 지붕의 처마를 방패 삼아 어느 정도 빗줄기를 피할 수 있었다. 작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