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작은 이야기

가장 짧았던 주례사, 칼릴 지브란의 '결혼에 대하여'

난짬뽕 2025. 3. 1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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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하여

칼릴 지브란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니

영원히 함께하리라.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삶을 갈라놓을 때에도

그대들은 함께 하리라.

그리고 신의 고요한 기억 속에서도

영원히 함께 하리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리하여 공중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그대들의 혼과 혼이 두 언덕

사이에서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음식을 주되

한쪽의 음식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즐거워하되

때로는 홀로 있기도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연주할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의 마음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마음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의 마음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가 없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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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결혼식에 다녀왔다. 내가 다녀본 결혼식 중에서 주례사가 가장 짧아 인상적이었다. 이날 주례사는 시아버지가 신랑신부에게 축하와 당부의 뜻을 담아 시 한 편을 소개해주시는 것으로 대신했는데, 그 시가 바로 칼릴 지브란의 '결혼에 대하여'였다. 칼릴 지브란의 이 시 안에,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들이 있었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때로는 홀로 있기도 하라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어쩌면 우리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내용들일지도 모르겠다. 칼릴 지브란의 '결혼에 대하여'를 집에 와서 천천히 읊어 보았다. 꽃피는 봄을 맞이하는 길목이라 그런지, 이번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결혼식에 가야 한다. 이번에는 어떤 좋은 말들을 들을 수 있을지, 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요즘, 결혼식들이 참으로 아름답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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