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림은 있되 닫힘은 없다 서울역 1999년 2월의 서울역은 침묵하고 있다. 어깨에 짓눌린 그만큼의 무게를 감당치 못해, 자꾸만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그 어느 때 보다도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치장된 겹겹의 옷을 걸치고 있건만, 그것은 최소한의 바람막이 역할마저 상실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좌절만을 의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혹한이 지나고 나면 봄이 찾아오듯이, 다시 당당해질 내일을 위해 지금 잠시 몸을 움츠렸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그저 담담하기만 하다. 떠날 사람 떠나게 하고, 그리고 남아 있는 자에게는 굳이 조급해하지 않는, 서울역은 닫히지 않는 마음의 안식처인 것이다. 글 엄익순 서울의 하루는 사망 103명의 혼을 받아 385명의 출생이 이루어지고 혼인 209쌍이 46쌍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