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인 아들의 휴가에 맞춰 남편과 나도 휴가를 냈다. 그리고 우리는 제주도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이름을 굳이 들자면, '쉼' 그 자체였다. 많은 생각들을 잠시 멈추고, 편안하게 몸과 마음에 휴식을 건네고자 했다. 해안도로를 벗 삼아 달리며 겨울바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얼굴에 스며드는 바람을 밀어내지 않으면서 고개를 들어 제주도의 하늘을 많이 바라보기로 했다. 그렇게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의 어느 날, 우리들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서귀포 이홍섭 울지 마세요 돌아갈 곳이 있겠지요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 구멍 승승 뚫린 담벼락을 더듬으며 몰래 울고 있는 당신, 머리채잡힌 야자수처럼 엉엉 울고 있는 당신 섬 속에 숨은 당신 섬 밖으로 떠도는 당신 울지 마세요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