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인 아들의 휴가에 맞춰 남편과 나도 휴가를 냈다. 그리고 우리는 제주도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이름을 굳이 들자면, '쉼' 그 자체였다. 많은 생각들을 잠시 멈추고, 편안하게 몸과 마음에 휴식을 건네고자 했다. 해안도로를 벗 삼아 달리며 겨울바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얼굴에 스며드는 바람을 밀어내지 않으면서 고개를 들어 제주도의 하늘을 많이 바라보기로 했다.
그렇게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의 어느 날, 우리들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서귀포
이홍섭
울지 마세요
돌아갈 곳이 있겠지요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
구멍 승승 뚫린
담벼락을 더듬으며
몰래 울고 있는 당신, 머리채잡힌 야자수처럼
엉엉 울고 있는 당신
섬 속에 숨은 당신
섬 밖으로 떠도는 당신
울지 마세요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
여행의 시작은 역시, 두말할 나위 없는 것. 김포공항에 도착하지 마자 우리는 각자의 입맛대로 서로 다른 메뉴를 선택했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난 후, 아들은 다시 햄버거로 마무리를 지었다.
우리 가족은 설악산의 울산바위만큼 제주도의 파도소리를 좋아한다. 특히 눈발이 휘날리는 겨울바다의 파도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재충전이 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우리 가족은 겨울이 되면 자주 제주도를 찾아가곤 했다. 아직도 가보지 못한 구석구석이 많겠지만, 그래도 웬만한 곳들은 다 가본 제주도에서의 휴식.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한 뼘 더 자란 겸손함과 고마움에 대해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욕심의 조각들은 제주도의 푸른 바다에 한 번 더 털어버리고, 한층 가벼워진 마음을 주머니 속에 챙겨 서울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올 한 해의 아쉬움과 미련까지도 어느덧 제주도의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오르고 있었다.
+++ 가족이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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