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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2

스며들면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

스며드는 것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꿈틀거리다가 더 낮게더 바닥 쪽으로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버둥거리다가어찌할 수 없어서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한때의 어스름을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불 끄고 잘 시간이야  주말에 시골에 다녀왔다. 요란스럽게 비가 내린 다음날이라 그런지, 하늘색이 곱게 느껴졌다. 차 안에서 남편과 함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들은 좋은 기억과 그렇지 못한 기억들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그래서 결국 개개인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잔상들은 무엇일까?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내 이 괴로움을 알리, 홀로 고독한 나는 세상의 기쁨을 모르네..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아직 갈 곳이 있음을 감사하게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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