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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주말에 시골에 다녀왔다. 요란스럽게 비가 내린 다음날이라 그런지, 하늘색이 곱게 느껴졌다.
차 안에서 남편과 함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들은 좋은 기억과 그렇지 못한 기억들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그래서 결국 개개인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잔상들은 무엇일까?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내 이 괴로움을 알리,
홀로 고독한 나는 세상의 기쁨을 모르네.
아! 나를 사랑하고 알아주는 사람은
그렇게도 먼 곳에 있구나.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시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중에서
언제나 그리움에 대한 기억들은 가슴속에 감추려 해도 쉽사리 덮어지지가 않는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외로워지고 고독해지는 것이
우리들의 그리움에 대한 기억들이 아닐까 싶다.
스며들면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
월광 소나타가 흐르는 영화 로즈, 사랑의 눈으로만 진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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