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마르코 종탑의 종루에서 느꼈던 감동을 가슴에 품은 채, 천천히 산 마르코 광장을 다시 걸었다. 베네치아에 도착하여 처음 발길을 옮겼던 불과 몇 시간 전의 기분과는 또 다른 색깔의 느낌이 들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비둘기 떼가 사람들의 머리 위를 맴돌다가는 바닥에 내려앉았다. 아이들은 그런 비둘기들이 반가웠는지, 비둘기 사이를 누볐다. 많아도 너무 많은 이 비둘기들. 특별한 계획도 없이 천천히 광장을 이리저리 구경하는 나에게 어디선가에서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이 들려왔다. 광장을 사이에 두고 자리한 카페에서는 악사들이 나와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랜드 피아노와 바이올린, 오보에, 콘트라베이스 등을 연주하는 악사들은 모두 나이가 지긋해 보였다. 오후가 깊어지는 시각, 광장의 서너 군데 카페에서는 각기 다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