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에 가고 싶었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구불구불 한계령 고갯길이 그리웠다. 매년 보던 이 길을 작년에는 만나지 못했다. 업무와 해외출장과 아들의 군입대까지, 많은 일들이 겹쳤던 우리 가족은 시간이 날 때마다 속초에는 몇 번 발걸음을 옮겼지만 한계령까지는 닿지 못했다.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