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나침반/그 곳

한계령을 위한 연가

난짬뽕 2023. 5. 23.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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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휴게소. 아들이 어렸을 때 이곳의 떡볶이를 좋아했다. 지금은 떡볶이를 팔지 않는 듯하다.

한계령에 가고 싶었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구불구불 한계령 고갯길이 그리웠다.

매년 보던 이 길을 작년에는 만나지 못했다. 업무와 해외출장과 아들의 군입대까지, 많은 일들이 겹쳤던 우리 가족은 시간이 날 때마다 속초에는 몇 번 발걸음을 옮겼지만 한계령까지는 닿지 못했다.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한계령에 다다르는 굴곡진 그 길이 보고 싶어 달려왔건만, 녹음이 진 한계령은 푸르른 나무들에 둘러싸여 그 몸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이제 단풍이 지고 낙엽이 떨어질 때 즈음 다시 찾아와야겠다. 

'아, 그러나 한 줄기 /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 이 산 저 산 눈물 / 구름 몰고 다니는 / 떠도는 바람처럼'이라는 가사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떠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한계령에 오르는 길, 우리 가족은 <한계령> 노래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다. 

휴가를 나온 아들의 뒷모습

 

아들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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