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나선 우리들에게 딱히 이렇다 할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누구를 만나기 위해 어딘가로 떠나는 것도 아니었고, 해야 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더더욱 아니었으며, 꼭 먹고 싶은 음식도 따로 없었다. 남편과 함께 하는 나들이가 즐거운 것은, 차를 타고 가면서도 차창 밖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무심코 놓치지 않게 된다는 것. 그래서 우리들의 가는 길은 무겁지 않으면서도 마음만은 풍성한 여운으로 가득 차 매 순간순간이 설레고 감동이다. 한 발자국, 한 호흡씩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시며 지나가는 길. 우리는 긴 숨결로 자연의 이야기를 음미했다. 그리고는 좀 더 느리고 깊게, 우리들의 하루를 읽어 내려갔다. 그 시절,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그때에는 붐비고 야단스러웠던 이야기들로 물들었던 이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