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나선 우리들에게 딱히 이렇다 할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누구를 만나기 위해 어딘가로 떠나는 것도 아니었고, 해야 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더더욱 아니었으며, 꼭 먹고 싶은 음식도 따로 없었다.
남편과 함께 하는 나들이가 즐거운 것은, 차를 타고 가면서도 차창 밖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무심코 놓치지 않게 된다는 것. 그래서 우리들의 가는 길은 무겁지 않으면서도 마음만은 풍성한 여운으로 가득 차 매 순간순간이 설레고 감동이다.
한 발자국, 한 호흡씩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시며 지나가는 길. 우리는 긴 숨결로 자연의 이야기를 음미했다.
그리고는 좀 더 느리고 깊게, 우리들의 하루를 읽어 내려갔다.
그 시절,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그때에는 붐비고 야단스러웠던 이야기들로 물들었던 이 길.
그러나 지금은 산새들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오는 호젓한 산길 모퉁이가 되었다.
길은 잘 닦여 있어 흙먼지는 일지 않고, 대신 계절의 향기만을 건네준다.
흐르고 변하는 것은 자연이 아니었다.
자연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우리들의 마음만이 변했을 뿐.
예전에도 지금도 이곳은 늘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
시간의 흐름을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곳은 늘 길 위에 기다림이 놓여 있다.
때로는 곱게 연지를 바르고는, 여전히 지울 수 없는 그리움을 놓아주지 못한 채 다시 한 계절을 기다리는 곳.
이곳은 바로 46호선옛길이다.
끝나고 다시 시작되는 만남들. 기다림에 지쳐 46호선옛길은 내일을 믿지 않는다.
베네치아의 랜드마크, 리알토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동화같은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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