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보다 해몽이 더 좋은 프러포즈
사내커플이었던 우리는 다른 직원들이 모르게 3년을 연애했다.
우연히 상사의 심부름으로 그의 부서를 왔다 갔다 하며 눈을 마주치게 되었던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왠지 낯선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팀에 볼일이 있었던 그가 업무를 마치고 나가면서 내 자리에 조그만 봉지를 놓고 가는 것이었다. 너무 놀라기도 했고, 부끄러워 그 자리에서는 열어보지도 못하고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가 봉지를 열어 보니, 황당하게도 레이스가 달린 여성용 속옷이 쪽지와 함께 들어 있었다.
<사실은요. 제 선배가 00 회사에 다니는데요. 이번에 신제품이 나왔다고 품평회 준비를 해야 한다는군요. 일주일 동안 입어보시고, 느낀 점을 A4 용지 한 장 정도로 써 주실 수 있으세요? 부탁합니다. 제가 꼭 도와드려야 하는 선배이거든요.>
일주일 후 리포트를 제출하듯 그에게 건네자, 그는 고맙다며 굳이 저녁을 사주겠다고 했다. 그 후에도 그는 종종 샴푸나 화장품 샘플을 갖고 와서는 똑같은 부탁을 했고, 일이 끝나면 저녁을 대접했다.
그렇게 6개월 정도가 지나면서부터는 나 또한 그와 함께 그런 일을 하는 것에 점점 익숙해졌다. 그리고 얼마 후 자연스럽게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지난 생일 때였다. 업무가 밀려있어 야근을 하고 있는데, 그가 내 책상에 작은 선물 상자 하나를 올려놓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생일 선물이구나. 과연 무엇이 들어 있을까? 반지? 목걸이?'
그러나 나의 황홀한 기대는 산산이 무너졌다. 그 안에는 열쇠고리가 들어 있었다. 너무나 화가 나서 그를 사무실 밖으로 불러냈다. 그런데 차마 치사하다고 생각할까 봐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그가 조용히 말했다.
"비록 지금은 멋진 선물 하나 해주지 못하지만, 꼭 그것에 걸을 열쇠가 있는 좋은 집에서 너와 함께 살고 싶어. 나와 결혼해 줘."
그 말을 듣는 순간, 심통을 부렸던 내 마음이 한순간에 녹아내려 버렸다. 비록 영화 주인공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받은 프러포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유혹으로 느껴졌다. 다가오는 1월 30일, 우리는 결혼한다.
그 열쇠고리는 지금 내 책상 서랍에 소중히 간직되고 있다.
새해 첫 주말 즐겁게 보내셨는지요?
이미 모두들 눈치채셨겠지만,
이 글 역시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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