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주머니 속 픽션

너는 소중한 나의 아들이란다!

난짬뽕 2021. 12. 1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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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소중한

나의 아들이란다!

 

 

사진 hu

 

내 나이 어느덧 서른일곱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갈 딸과 다섯 살 난 아들 녀석을 둔 한 집안의 가장이다. 돌이켜 보면, 지금 순탄한 30대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너무나 방황했던 고등학교 시절을 사랑으로 바로잡아 주셨던 나의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던 고등학교 2학년 시절, 7월 20일 그날은 나에게 너무나 큰 충격을 안겨준 날이었다. 

 

방학식을 마친 나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미국에 살고 계신 할머니와 고모가 새벽에 공항에 도착하셨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할머니는 고모가 살고 계신 미국으로 건너가셨기 때문에,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뵙지 못했었다. 

 

집에 도착하여 현관문을 여는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키웠어도, 다 소용없는 짓이다. 우리 핏줄이 아닌데, 어떻게 대를 이었다고 할 수 있니? 어른이 되면 다 자기 핏줄을 찾아가는 것이 인지상정이야. 경운이 장래를 생각해도 그게 좋을 것이고."

 

나도 모르게 거실에 계신 할머니와 고모를 향해 소리를 질렀던 것 같다. 

 

"도대체 내가 누구냐고? 내가 이 집 핏줄이 아니냐고?" 말이다.

 

그날 이후 나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왠지 주변인 같은 소외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었다. 하루 종일 오락실에 처박혀 있거나, 공원에서 누워있기도 했고, 지금처럼 좌석제가 아니었던 극장에서 아침부터 마지막 상영 시간까지 의자에 눌러앉아 있기도 했다.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몰랐던 나의 출생 비밀은 바로 내가 입양된 아이었다는 것이었다. 원래 부모님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었는데, 휴가철 할머니 댁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그만 사고를 당했고, 그 후 부모님은 내가 태어나자마자 입양하셨다고 한다. 

 

나의 부모는 어느 대학생 커플이었고, 병원에서 출산하자마자 데려왔기 때문에 그들은 나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심지어는 술을 마시고, 날마다 죽음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고3이 되었지만, 나의 방황은 끝나지 않았다. 

 

대학에 낙방하여 재수를 했지만, 나는 대학에 진학할 마음조차 없었다. 다시 삼수를 해야 했고, 그 방황은 계속되었다. 입시학원에 다니고 있었지만,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말썽을 피워서라도 부모님을 괴롭혀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려는데, 담장 안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발 부탁입니다. 경운이는 저의 소중한 아들입니다. 이제 그만 아픈 상처를 아물게 해 주세요."라는 어머니의 기도소리였다. 정화수 한 그릇을 떠놓고 어머니는 매일 새벽 이렇게 하늘에게 나를 위한 기도를 하셨던 것이다. 

 

담벼락에 기대서서 어머니의 목소리를 숨죽여 듣고 또 들었다. 고등학교 2학년 그해 여름 이후, 4년 동안 어머니는 방황하던 나를 안타깝게 지켜보고 계셨던 것이다. 

 

그 새벽 어머니가 말씀하신 "경운이는 저의 소중한 아들입니다."라는 그 말이 거짓말처럼 나의 방황을 한순간에 삭혀 버렸다. 그리고 나는 삼수하는 동안 열심히 공부를 해서 그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고, 젊은 날의 나의 방황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늘 감사합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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