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숫자 2
숫자 2는 하나라는 완전함의 분열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1에 대해 "하나를 나누어 숫자들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그것은 모든 숫자의 출발점이 된다"라고 말하며, 1을 절대성과 비범함으로 뭉친 신의 비밀이라 여겼다.
그러나 모든 근원의 뿌리라 상징되었던 1의 존엄성을 깨뜨린 것이 바로 2이다. 전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던 하나에서 일종의 "쌍'의 개념을 발견하였고,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다시 여러 부류의 수많은 종류로 뻗어나가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우리들의 삶은 어둠과 빛, 하늘과 땅, 선과 악 등 이원론적 세계관 속에서 이분법적인 관념으로 갈등과 혼란을 느끼며 때로는 긴장하고 고민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2를 안정과 평화를 무너뜨린 '부정의 숫자'라고도 말한다. 둘로 나눠진다는 것은 곧 다툼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깊이 생각해 보면, 2는 분열을 뛰어넘어 화합을 상징하기도 한다. 오른쪽과 왼쪽, 두 개의 눈과 귀, 팔과 다리 등 인간이 보고, 듣고,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최고로 높여주기 위해 형태는 둘로 나누어져 있지만,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리들의 뇌 역시 신체의 오른쪽 부분과 관련되어 있어 논리적인 사고와 이성적인 결론을 추론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좌뇌와 신체의 왼쪽 부분과 관련되어 예술적인 시각과 전체를 파악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우뇌가 서로 합해져야만 비로소 완전한 의식 체계를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2는 분열을 유발하는 독립적인 존재이면서도, 함께 더불어 나아갈 때 가장 빛나는 화합을 의미하는 상생의 수이기도 하다. 둘이 하나가 되고, 하나가 둘이 될 때 우리는 좀 더 완벽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2는 오늘도 우리들에게 그러한 희망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글 엄익순
Vol. 202 MARCH 2006 행복한 삶의 동반자 <기아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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