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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2

설악산의 푸르름에 기댄 느림의 시간들

아름다운 관계 박남준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 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솔씨 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 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서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 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 모아 노랫소리 들려주고 뒤돌아본다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

파벽에 반사된 고독한 질주 / 이상

파벽에 반사된 고독한 질주 이상 28년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그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나의 회상은 멈추어져 있다. 스스로를 직시하고자 하는 허울만으로의 진실조차도, 더욱이 세상을 이탈하고자 하는 작은 고민마저 망각된 채 현실과 타협하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 살아 있는 나의 죽음, 그 안에서 침묵하고 있는 이상의 모습이 어렴풋히 스쳐 지나간다. 1937년 4월 17일. "레몬 향기가 맡고 싶소"라는 유언을 남긴 채 사라져 간 이상. 그는 현실과 이혼하지는 못했지만, 결혼 또한 이루어져 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동거의 흔적은 조금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나 역사는 누구에게나 반보의 낯섦만을 허용할 뿐, 한 발의 도전은 가감 없이 매도해 버리기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그러한 이유에서였을까. 살아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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