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작은 이야기

우리들의 그리움도 단단해진 것은 아닐까

난짬뽕 2025. 5. 5. 00:20
728x90
반응형

반응형

728x90

시골에 내려가기 전에 꽃집에 들렀다. 이번에는 남편이 꽃을 골랐다. 카네이션은 세 송이만, 그리고 이렇게 세 가지 종류의 장미를 화병과 함께 구입했다. 집에도 꽃병이 있었지만, 남편은 이 꽃병이 튼튼해 보여 마음에 든다고 했다. 

 

엄마는 꽃을 좋아하셨다. 남편은 처음 우리집에 인사를 올 때에도 한아름 장미꽃을 엄마 품에 안겼고, 매년 어버이날에도 카네이션을 두 팔 가득 꽃다발로 준비했으며, 때때로 큼직한 꽃바구니를 준비해 시골집에 갖고 가곤 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늘 거실 테이블 위에 남편이 사 갖고 간 꽃들을 화병에 꽂아 놓고는 그것을 바라보며 행복해하셨다.

 

아빠는 꽃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앞마당에 각기 다른 종류의 나무들과 꽃들을 심으셨고, 그래서 나는 어려서부터 꽃향기를 많이 맡으면서 자랐었다.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시던 그때에도 우리는 엄마 곁에 여러 종류의 꽃들과 함께 하실 수 있도록 준비했었다.

 

엄마가 떠나신 지 어느덧 8년이 지났다. 우리는 아빠와 함께 종종 화원에 나들이를 나갔었지만, 꽃을 사지는 않았었다. 대신 아빠가 소일거리로 돌볼 만한 작은 화분만을 한두 개 사 오곤 했다. 그리고 남편은 정성을 많이 쏟아야 하는 난을 주기적으로 들고 가서는 아빠께 키워달라고 부탁드렸다. 이번에도 잘 생긴 난을 하나 갖고 갔더니, 아빠께서 화분의 서열을 뒤바꾸며 좋아하신다. 

 

남편이 아빠께 말씀드린다. 저 꽃들이 시들기 전에, 다음에는 또 다른 꽃들을 꽂아 드린다고. 아빠는 꽃병을 거실 TV 왼쪽에 놓으셨다가는 다시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기시며, 아무래도 안방이 더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이다음에 시골에 내려올 때에는 어떤 꽃을 사 올까, 미리 생각해 본다. 

 

우리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빠도 남편도 나도 모두 저 꽃들을 바라보며 엄마를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마음껏 꽃을 사도 될 만큼, 우리들의 그리움도 단단해진 것은 아닐까. 하늘에서 우리 아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우리 엄마가 함께 홀로 남은 아빠가 잘 견디고 있다면서 토닥토닥해 주실 것 같다. 늘 남편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 

 

인생의 파도를 넘을 때, 추억의 마법이 당신을 지켜준다

 

인생의 파도를 넘을 때, 추억의 마법이 당신을 지켜준다

몇 년 전 어머니께서 갑자기 돌아가신 후,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문득 창밖에 스치는 햇살에도 눈물이 핑 돌았고, 외근을 나가서는 연세가 지긋하신 거래처 사장님을 뵙고는 저도 모르게 정말로

breezehu.tistory.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