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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간직한 이들이 함께 완주해낸 시간들, 김금희 작가의 <첫 여름, 완주>

그 모든 아름다움/책

by 난짬뽕 2025. 7. 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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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 완주
  • 듣는 소설. 001
  • 지은이: 김금희
  • 초판 1쇄: 2025년 5월 8일
  • 펴낸곳: 출판사 무제

 

듣는 소설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

김금희 소설가의 작품인 <첫 여름, 완주>는 박정민 배우가 운영하는 출판사 무제에서 제작한 듣는 소설의 첫 번째 시도로 출간된 소설이다. 이 책이 나오기 얼마 전에 오디오북이 한국장애인재단에 기증되어, 전국 약 40여 개 장애인 도서관에 전달되었다고 한다. 

기존에는 시중에 도서가 출간된 후에 2차 작업을 거쳐 오디오북이나 점자로 콘텐츠가 되었지만, 이 책은 시각장애인이 먼저 이용할 수 있도록 오디오북이 제작되고 그 이후에 종이책으로 나온 것이다.

실제로 오디오북을 제작할 것을 염두에 두고 그에 맞게 작가가 글을 쓴 것을 책을 읽는 동안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대사 전후로 상황이 글로 보여주고 있고, 대사의 경우에는 큰 따옴표 안에 묶는 것이 아닌 인물의 이름이 쓰여 있어 마치 대본을 보는 듯하다. 

<첫 여름, 완주>는 동료 배우들의 목소리 재능 기부를 받아 오디오북으로 선보이게 되었는데, 고민시 배우를 비롯하여 김도훈, 최양락, 염정아, 박지율, 주인영, 김의성, 박준면, 배성우, 류현경, 임성재, 김준한 등이 출연했다고 한다.

출판사 무제의 대표인 박정민 배우는 앞으로도 시각장애인의 도서 접근권 향상을 위해 '듣는 소설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갈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마냥 따뜻하지도 심하게 냉정하지도 않은

나는 김금희 작가의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읽기 전에 <첫 여름, 완주>를 먼저 읽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김금희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첫 여름, 완주>를 읽는 내내 든 생각은 이 책이 마냥 따뜻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심하게 냉정하지도 않다는 기분이었다. 온화함과 차가움, 그 중간에 이 책이 서 있었다. 

표지는 마치 비디오테이프 같이 느껴지는데, 케이스 앞면에 그려진 소녀는 이 책의 주인공인 손열매의 목소리를 연기한 고민시를 모델로 한 이미지라고 한다. 

 

<첫 여름, 완주> 줄거리

어린 시절, 글을 읽지 못하는 할아버지에게 영화 자막을 대신 읽어주다 성우가 된 손열매는 함께 지내던 룸메이트인 선배 고수미에게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그로 인해 우울증까지 생겨 목소리도 변하면서 일까지 잃게 된 열매는 잠적한 선배의 소식을 듣기 위해 고수미의 고향인 완주 마을로 향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수미는 찾을 수 없고, 병에 걸린 수미 엄마를 혼자 두기가 마음에 걸려 마을에서 며칠을 묵게 된다. 수미 엄마네 매점에서 일하게 된 열매는 마을 사람들과도 친해지는데, 마을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듯하다.

외계인 같은 수수께끼의 청년 어저귀, 춤을 연습하며 스타를 꿈꾸지만 돌봐주는 보호자 없이 방치되어 있는 옆집 중학생, 장례 지도사 일을 하며 홀로 암 투병을 하는 수미 엄마, 별다른 활동 없이 시고르자브르종 개 샤넬과 함께 사는 배우 정애라, 그 밖에도 차별받는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과 대형 재해로 자식을 잃은 슬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는 용운 엄마 등 이웃사람들과 하루하루를 보내며 마을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들 모두와 함께 보낸 여름 한 철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각자의 몫을 또 완주해야 하니까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은 완주마을이다. 책 속에서도 "우리는 각자의 몫을 또 완주해야 하니까요."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열매를 비롯한 모든 인물들이 상처를 극복하며 다시 일상으로의 회복을 보여주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스스로의 삶을 완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열매는 물론 수미 엄마도, 옆집 중학생도, 그 유명했던 배우와 다른 마을 사람들도 어쩌면 자신의 삶 속에서 도망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자리에서 그들이 안고 있는 상처들과 동행하며 살아가고 있다. 

마음 한켠에 슬픔이 있는 그들이 우리들에게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누구나 자신만의 상처가 있다고. 그래도 버텨내며 살아가야 한다고. 그래서 소설 속 인물들 모두가 함께 웃고, 함께 사랑하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함께 보듬으며 그 여름을 완주해 낸다. 나도 2025년 이 여름을 고스란히 잘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문장들

뒷산에서 아주 축축하고 짙은 나무 향을 품은 바람이 불어왔다. 담장의 노란 산수유꽃을 흔들고 신문지 사이로 파고들어 종이 끝을 들썩였다.  p 42

열매는 이곳에서 자랐을 수미에 대해 생각했다. 끊임없이 의식을 끊고 들어오는 죽음이라는 세계의 간섭을 어린 수미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를. 혹시 그게 집으로부터 수미를 멀어지게 한 것은 아닐지를.  p 45

장례는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산 사람을 위해서 지내는 건데  p 61

진실은 누가 판단 내리는 게 아닌 것 같아요.  p 151

우리는 각자의 몫을 또 완주해야 하니까요.  p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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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언급된 영화들

  • 마스크
  • 클래식
  • 스파이더맨
  • 첨밀밀
  • 애심
  • 로마의 휴일
  • 터미네이터
  • 벤허
  • 혹성 탈출

 

작가 김금희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우리는 페페로니에서 왔어>,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복자에게> <대온실 수리 보고서>, 중편소설 <나의 사랑, 매기>, 연작소설 <크리스마스 타일>, 짧은 소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 <식물적 낙관> <나의 폴라 일지>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대상, 현대문학상, 우현예술상, 김승옥문학상 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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