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를 선택했다면 로마도 있고, 밀라노, 피렌체, 나폴리도 떠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베네치아행 티켓을 끊었을까.
굳이 그 이유를 언급하자면, 그것은 매우 간단하다. 예기치 못한 1박 2일간의 휴가를 런던이 아닌 다른 곳에서 보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그냥 '베네치아'만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이유의 <하루 끝> 뮤직비디오의 배경이었던 알록달록 예쁜 부라노섬과 유리공예로 잘 알려진 무라노 등도 나는 관심이 없었다. 특별히 하고 싶은 무엇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베네치아 본섬에 가고 싶었다.
6월 8일, London Stansted Airport에서 6시 20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베네치아 마르코 폴로(Venice Marco Polo) 공항에 지연 없이 9시 20분경에 도착했다.
이곳 이탈리아도 자동입국심사(E - passport gate)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빠르고 쉽게 입국할 수 있었다. 입국장 내 전자여권 전용 게이트에서 여권만 스캔하고, 안면 인식만 하면 되니 참으로 편해졌다. 단, 안면 인식이 잘 되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예전과 같이 대면 입국심사를 받아야 된다.
런던에 입국할 때도, 이곳 베네치아에 도착했을 때도 입국 심사는 2분도 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우리나라의 위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다.
베네치아 마르코 폴로 공항에서 본섬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공항버스 ATVO나 택시, 기차, 수상버스, 수상택시, 요트 등. 나는 수상버스를 타기로 결정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면, 티켓을 끊는 곳이 바로 눈에 띈다. 수상버스는 대부분의 대운하 정류장에 정차하는 것과 주요 정류장에만 서는 것이 따로 구분되어 있다. 자신의 취향대로 결제하면 된다. 티켓을 끊을 때 수상버스가 서는 선착장들이 표시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수상버스는 우리가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라고 생각하면 된다. 창문이 있어 바람을 막아주지만, 수상버스의 앞쪽이나 선미에는 물과 함께 바람을 직접적으로 맞을 수 있는 야외석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그곳으로 나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을 어떻게 물속에 고정시킨 것일까. 수상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그 생각만 맴돌았다.
이것이 수상택시일까?
그러면 이건 요금이 가장 비싸다는 요트? 잘 모르겠다. ㅎ
여하튼 이렇게 요트가 빠르게 쓰윽 지나갈 때마다, 우리가 탄 수상버스는 속도를 줄여야만 했다. 요트가 뿌려놓는 세찬 물결에 수상버스는 휘청거리며 춤을 추곤 했다.
120여 개의 섬과 150개의 운하로 이루어진 수상도시, 베네치아.
햇살에 반사되어 물결마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내가 탄 수상버스와 같은 모습의 저 수상버스는 완행버스처럼 거의 모든 대운하 선착장에 정박했다. 그 옆을 지나는 우리의 수상버스는 몇 군데 정류장 밖에 서지 않아 좋았다.
앗, 이런 곳에서 낯익은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에서는 이러한 사소한 것들만 보아도 감동이 밀려온다.
드디어 도착. 그런데 이것이 무슨 일이지?
급하게 티켓팅을 하느라 아무런 조사도 준비도 없이 날아온 베니스에서 지금 이렇게 큰 행사가 열리고 있다고?
베네치아에서의 1박 2일의 일정이 너무나도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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