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아름다움/책

신현림 /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 인생 편

난짬뽕 2022. 9. 1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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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너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어. 아름다운 만큼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보낸다고 생각해. 그럴 땐 잠시 바쁜 걸음을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렴. 너를 일으켜 줄 누군가가 손을 내밀 거야. 그리고 분명히 그 속에 네 인생을 새롭게 할 기회가 숨어 있을 거다.

그리고 내가 그랬듯,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늙어도 늙지 않으며, 절망스러울 때도 절망하지 않는단다. 시는 넘어져도 아파도 씩씩하게 훌훌 털고 일어나는 힘을 줄 테니까. 시에서 얻은 힘만큼 네 사랑은 용감해지고, 인생은 깊어지고 풍요로워질 거야. 그래서 네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될 거라 엄마는 확신한단다.


신현림의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은 '지금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주고 싶은 시 90편'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나른한 토요일 오후, 집 앞의 도서관에 갔을 때 나는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 신현림이 자신의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 나는 아들만 있는 엄마이지만 그 목록들이 궁금했다.

 

책 표지에는 "나는 네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라는 카피가 쓰여 있다. 책장을 펼쳐보니, 단지 딸들만이 아닌 모든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시를 통해 들려주는 따뜻한 응원가였다. 내가 빌려온 책은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의 인생 편이었고, 늘 외롭다고 말하는 딸들에게 주고 싶은 시를 모은 같은 제목의 사랑 편도 있었다.

 

저자 신현림은 시인이자 사진작가이다.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와 <세기말 블루스>, <해질녁에 아픈 사람>, <침대를 타고 달렸어> 등의 시집과 <나의 아름다운 창>, <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 등의 에세이를 펴냈으며, 사진작가로서 <아! 인생찬란 유구무언>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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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 마라

경험이 풍부한 노인은
곤란한 일에 부딪혔을 때,
서두르지 말고
내일까지 기다리라고 말한다.


사실, 하루가 지나면
좋든 나쁘든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노인은 시간의 비밀을 알고 있다.


사람의 힘으로는 해결 못할 일들을
시간이 해결해 주는 일들이 가끔 있다.


오늘 해결 못할 문제는
우선 푹 자고 일어나서
내일 다시 생각하는 것이 좋다.


곤란한 문제를
해결하려 서두르기보다
한 걸음 물러서
조용히 응시하는 것이 현명하다.


: 슈와프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그리고 좀 더 바보가 되리라.
되도록 모든 일을 심각하게 생각지 않으며
보다 많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더 자주 여행을 다니고
더 자주 노을을 보리라.
산도 가고 강에서 수영도 즐기리라.
아이스크림도 많이 먹고 콩 요리는 덜 먹으리라.
실제 고통은 많이 겪어도
고통을 상상하지는 않으리라.


보라, 나는 매 순간을,
매일을 좀 더 뜻깊고 사려 깊게 사는 사람이 되리라.
아, 나는 이미 많은 순간들을 마주했으나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그런 순간들을 많이 가지리라.
그리고 순간을 살되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지 않으리라.
먼 나날만 바라보는 대신
이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리라.


지금까지 난 체온계와 보온병, 비옷, 우산 없이는
어디도 못 가는 사람이었다.
이제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보다 간소한 차림으로 여행길을 나서리라.


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지내리라.
춤도 자주 추리라.
회전목마도 자주 타리라.
데이지 꽃도 더 많이 보리라.


: 나딘 스테어

 


이 책을 엮은 신현림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을 세상의 모든 딸에게 주고 싶은 시들을 골랐다고 말한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딸들뿐만 아니라, 아들들이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변화된 환경에서 주춤거리는 사람들에게도 힘이 될 것 같은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다.

 

소설도 좋고, 희곡도 있고, 동화도 있는데 그 많은 장르 중에서 굳이 시를 읽으라고 한 것일까? 시인 네루다는 "시는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나 정신의 양식이면서 동시에 구원의 등불이었다"라고 말했다. 가끔씩 어깨에 내려앉은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삶의 무게가 느껴질 때, 우리들도 그러한 '시의 힘'을 빌려 다시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청춘

청춘이란 인생의 한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정열이다. 
청춘은 인생이란 깊은 샘의 신선함이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일한 삶을 뿌리치는 모험심,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도 일흔 노인이 더 젊을 수 있다.
나이 먹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꿈과 희망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늘려 가지만
열정을 잃으면 영혼에 주름이 진다.
고뇌, 공포, 실망에 의해서 기력은 땅을 기고
정신은 먼지처럼 되어 간다. 



일흔이든 열여섯 살이든 인간의 가슴속에는
경이로움에 끌리는 마음, 
어린이처럼 미지에 대한 탐구심,
인생에 대한 흥미와 환희가 있다.
우리 모두의 가슴속엔 마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우체국이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하느님으로부터
아름다움, 희망, 기쁨, 용기와
힘의 영감을 받는 한, 당신은 젊다.



영감의 교류가 끊기고
영혼이 비난의 눈에 덮여
슬픔과 탄식의 얼음 속에 갇힐 때
스무 살이라도 인간은 늙을 수밖에 없고,
고개를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여든 살이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사무엘 울만

 

슬픔과 탄식의 얼음 속에 갇힐 때 스무 살이라도 인간은 늙을 수밖에 없고, 고개를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여든 살이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는 그 말처럼, 영혼에 주름이 지지 않도록 이 가을날도 열심히 생활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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