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영국 런던

화력발전소에서 현대미술의 놀이터가 된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난짬뽕 2022. 11. 2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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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사이로 보이는 테이트 모던 / 사진_ hu

영국 런던에 있는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은 연평균 방문객 수가 600만 명이 넘는 유명한 현대미술관이다. 테이트 모던이 화제가 된 것은 그 탄생 과정에서부터 비롯된다. 템스 강변에 방치된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변모시킨 것. 그러한 의미에서 볼 때, 테이트 모던은 가장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의 으뜸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테이트 모던

일요일 오후 버로우 마켓(Borough Market)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 나는 테이트 모던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하늘은 높고 날씨는 맑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날에는 어찌 걷지 않을 수 있을까. 버로우 마켓에서 테이트 모던까지는 느릿느릿 여유로운 걸음으로도 20분이 채 걸리지 않으므로, 가볍게 산책할 만하다. 

런던 테이트 모던의 상징은 바로 사진 속에서 볼 수 있는, 중앙에 우뚝 솟은 굴뚝이다. 실제로 보면 저 굴뚝은 조금 더 거대하게 느껴진다. 

나는 서쪽의 주출입구인 터빈 홀(Turbine Hall) 방향이 아닌 숍이 있는 쪽으로 들어갔다. 테이트 모던에서 시간을 보낸 후 숙소로 돌아갈 때에는 버스를 탈 생각이었기 때문에, 정류장 방향과 가까운 터빈 홀을 지나 밖으로 나갈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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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5월 12일에 개관한 테이트 모던은 런던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술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매년 방문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의 박물관과 미술관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개관 이후부터 지금까지 인기가 많은 곳이다. 

테이트 모던 라운지에서 바라본 템스 강변

창문 너머로 시원한 템스 강을 바라보며 세인트 폴 대성당까지 시야에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전망 또한 좋다. 테이트 모던은 어떻게 이렇게 좋은 부지 선택을 했을까. 

 

테이트 모던의 모태는 산업화의 상징이었던 화력발전소이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1947년 세인트 폴 대성당과 마주한 위치에 세워진 뱅크사이드 발전소. 런던 중심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세워졌던 이 화력발전소는 1981년 유가상승과 공해 문제로 인해 문을 닫게 된다. 

 

당시 이 화력발전소를 디자인한 건축가는 바로 길버트 스코트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겠지만, 그는 영국을 떠올리는 상징 중 하나인 빨간 공중전화 박스를 디자인 한 건축가이다. 길버트 스코트는 화력발전소를 디자인할 당시 세인트 폴 대성당 돔과 도시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대성당 돔의 높이와 모습까지 고려하여 디자인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러한 결과로 인해 발전소 중앙에는 99m 높이의 굴뚝을 세웠으며 4,000만 개의 벽돌을 건축에 사용하여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원래 테이트는 영국의 민간 예술재단이다. 이미 1897년에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을 개관했는데, 방대한 소장품들로 인해 1988년 테이트 리버플(Tate Liverpool)에 이어 1993년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Tate St Ives)까지 문을 연다. 그러나 이 역시도 전시공간의 부족으로 인해 런던에 대규모의 새로운 미술관 건립을 계획하게 된다. 

 

테이트 모던은 그러한 과정에서 니콜라스 세로타(Nicholas Serota)에 의해 새 역사를 그리게 된다. 1988년부터 2017년까지 관장이었던 니콜라스 세로타는 새로운 미술관 건립을 위해 사람들의 접근이 용이한 템스 강변의 런던 중심부에서 부지를 찾게 된다. 

하지만 제한된 예산으로 런던 중심부에서 만족할 만한 부지 매입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매일 배를 타고 템스강을 지나 출근하던 직원에 의해 폐기된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된다. 그것이 바로 테이트 모던이 출발하게 된 시작이다. 

테이트 모던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탁 트인 공간이다. 답답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내부 곳곳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전시 공간은 차치하더라도, 이동구간과 전시관과 전시관으로 이어지는 통로와 휴식공간에 이르기까지 확 트여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마음에 든다. 

테이트 모던은 현대 미술 갤러리이지만, 사람들이 테이트 모던을 찾는 것은 꼭 미술 작품을 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전시관에서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라운지가 나오는데, 그곳에서의 풍광을 즐기기 위해서도 많이들 찾고 있다. 런던의 명소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것은 이곳 테이트 모던만의 보너스이다. 

3층 카페와 6층 레스토랑, 10층 발코니에서는 템스 강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다. 

내가 테이트 모던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곳, 터빈 홀(Turbine Hall)의 매력 때문이다. 길이 152m, 높이 35m에 달하는 터빈 홀은 살아 있는 생생한 예술공간이다. 다른 미술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무대이기도 하다.  

 

대규모 전시나 조각품, 설치 예술이 펼쳐지는데 자연채광이 스며드는 빛의 조화가 감탄사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특히 매 시즌마다 직접 사람들과 소통하는 참여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하며, 어느 때에는 시민들과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즐거운 휴식공간이자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나는 종종 터빈 홀에 내려가 털썩 주저앉은 채로 창작 활동에 여념이 없는 예술가들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사진에서처럼 위층 난간에 기대어 터빈 홀을 내려다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러면 작가와 관객들의 모습 하나하나까지 그대로 특별한 작품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된다. 

터빈 홀에서 펼쳐지는 창작예술
테이트 모던 엘리베이터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현대미술 갤러리로 변신시키고자 결정한 후, 건축 공모전을 통해 이곳을 리노베이션 할 건축가로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뫼롱이 당선되었다. 그들은 스위스의 젊은 건축가로, 안도 다다오나 렘 콜하스 같은 유명한 건축가를 제치고 당당하게 테이트 모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그들이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제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단 한 줄의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바로 '기존 화력발전소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들은 과거를 단절시키지 않으며, 영국 산업유산의 흔적을 지속 가능한 모습으로 보존하면서도 미술관으로서의 기능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테이트 모던이 개장한 이듬해에 헤르조그와 드 뫼롱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다. 런던 템스 강의 랜드마크가 된 테이크 모던은 도시 속 건축이 어떻게 세대를 이어가고, 그 안에서 사람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어야 할 지에 대한 질문과 답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외관 벽면에 이런 문구가 쓰여있다. 설마 이곳을 오르려고 한 사람도 있었나 보다. 

테이트 모던의 스위치 하우스
스위치 하우스

약 8년여간의 공사 끝에 모습을 드러낸 테이트 모던은 기존의 외관은 최대한 보존되었고, 내부만이 전시 공간에 맞춰 새롭게 꾸며졌다. 그 후 2012년에는 발전소 지하에 있는 기름 탱크를 개조해 보다 넓은 전시공간을 마련했고, 2016년에는 기존 화력발전소의 벽돌 건물과 굴뚝처럼 원래 있었던 것인 양 10층 높이의 건물을 올렸다. 

 

이것이 바로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스위치 하우스(Switch House)이다. 지하에 발전소의 보일러가 있었던 곳이라, 일명 보일러 하우스라고도 불리는데, 지하 탱크 공간은 현재 설치 및 영상 전용 박물관과 라이브 아트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나는 멋진 터빈 홀을 걸어 나오며, 테이트 모던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매년 런던에 약 1억 파운드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주는 테이트 모던의 매력은 무엇일까. 예약도 필요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영국 런던의 명소. 

 

화력발전소에서 현대 미술의 놀이터가 된 테이트 모던은 참 재미있는 예술 놀이터임에 틀림없다. 

터빈 홀에서 걸어나오는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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