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남편과 함께 선산에 내려가기 위해 평일 휴가를 냈다. 제사 전후로 아버님어머님을 찾아뵙게 되는데, 이번에는 제사를 모신 후에 내려가게 되었다.
요즘 주말에는 서해안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이 너무 막혀서 평일을 선택했는데, 다행히 정체구간이 없어서 모처럼 시골로 향하는 길에 속도감이 붙었다.
아침부터 서울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중이라서 내려가면서도 날씨를 확인하게 되었다. 서해대교를 지나면서부터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빗방울은 떨구지 않았는데, 한 무리의 구름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고 있었다.
마치 그림 속 풍경 안에 잠시 우리들이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이른 아침 서울을 떠난 우리는 아빠를 모시러 가기 위해 시골집에 들렀다.
아빠는 아버님이 떠나시고 난 후에 종종 우리 선산에 가시곤 했다.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는데도, 손수 제초기를 챙겨가셔서는 예쁘게 머리를 깎아주셨다. 때로는 약통을 갖고 가셔서는 풀약을 하시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때에는 술 한잔 올리시려고 다녀오신 적도 계셨다.
아빠가 우리들에게 따로 말씀을 하신 적이 없어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 해인가 선산에 내려갔다가 동네 어르신이 알려주셔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어르신이 말씀하시길, 당신의 생전에 사돈이 이렇게 산소에 찾아오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씀하셨다.
이날은 안부전화를 드렸다가 우리가 선산에 간다는 얘기를 들으신 아빠께서 같이 가시겠다면서 준비를 하고 계셨다. 그래서 우리는 아빠와 함께 아버님어머님을 뵈었고, 아빠도 술 한잔을 따로 올리시며 절을 하셨다.
우리 아버님은 아빠보다 형님이시다. 살아생전에 두 분은 가끔씩 따로 만나셔서 함께 식사도 하시고 술 한잔도 나누셨다. 아빠는 아버님이 큰 어른이셨다며 존경하는 마음을 지금까지도 우리들에게 말씀하시곤 한다.
어머님이 먼저 떠나신 후에 아버님은 이곳에서 늘 어머님을 그리워하셨다. 그 당시에 우리 선산에는 풀 한 포기 눈에 띄지 않았었다. 남편과 나는 서울에서 오가며 시간이 날 때마다 풀을 뽑고 산소를 가꿨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돌아서면 다시 잡초가 올라온다. 그래서 아버님이 얼마나 정성스럽게 산소를 돌보셨는지를 새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남편과 나는 서로 내색은 하지 않지만 마음 한구석이 많이 허전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고 보면 남편도 나도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어른이 된 것 같다. 부모님께 받은 이 소중한 사랑들을 우리 아이에게도 듬뿍 건네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우리들의 8월이 지나가고 있다.
인생의 파도를 넘을 때, 추억의 마법이 당신을 지켜준다
'시선 너머 > 작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현종 방문객, 왕꿈틀이를 모셔온 꼬마 손님 (118) | 2023.10.14 |
---|---|
인생, 라이너 마리아 릴케 (96) | 2023.09.30 |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모두들 행복한 여름 마무리 되세요!!! (75) | 2023.08.29 |
존 모피트 어떤 것을 알고자 한다면, 나를 위한 발걸음 (65) | 2023.08.11 |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건, 조병화 밤의 이야기 20 (68) | 2023.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