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작은 이야기

정현종 방문객, 왕꿈틀이를 모셔온 꼬마 손님

난짬뽕 2023. 10. 1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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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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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을 먹고 주방 정리를 하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처음 보는 낯선 얼굴들이었다. 

현관문을 열자, 예쁜 리본이 달려있는 박스 하나를 건네주었다. 

방금 우리 아파트 우리 동으로 이사를 왔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토요일 오전에 이사를 오는 집이 있다는, 엘리베이터 옆에 붙여져 있던 안내문이 떠올랐다.  

맛있는 이사떡을 받고,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중 엄마 아빠 뒤에 있던 꼬마 손님이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고 했다.

짐 정리가 되면 놀러 오라는 엄마의 말에, 꼬마 손님이 덧붙여 말한다. "저는 매일 저녁에 줄넘기를 할 거예요. 형 있어요? 형하고 같이 하면 안 돼요?" 신난 표정을 짓는 꼬마 손님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내가 말했다. "어쩌지, 형이 지금 군대에 가 있는데. 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어?"

그러자 꼬마 손님이 손에 꼬옥 쥐고 있던 봉지 하나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형 주려고 했는데~~~ 형은 줄넘기로 2단 뛰기 할 수 있어요? 저는 한 번 할 수 있어요. 형 오면 2단 뛰기 시합해도 돼요?" "그럼, 형한테 시합 얘기도 이것도 꼭 전해줄게."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제일 꼭대기층부터 한집씩 방문하고 있다는 꼬마 손님은 이제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오늘 우리 동은 꼬마 손님이 준 왕꿈틀이들이 집집마다 꿈틀거릴 것 같다. 매일 저녁에 2단 뛰기 줄넘기 연습을 할 꼬마 손님에게 무슨 선물을 줘야 할지 고민해 본다. 

 

 

+++ 우리집 이웃들 +++

 

이쁜이 여사님의 수줍은 하트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쉬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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